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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 투명경영하면 못된 준조세요구 절대 못할 것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중인 검찰의 칼날이 재계쪽으로도 향하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대기업 관계자들을 검찰이 본격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두 재단에 돈을 낸 기업은 50여개에 이른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거의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 우선은 추가 출연과 관련된 롯데와 SK 등이지만 순차적으로 국내 대표 기업의 관계자들이 줄줄이 불려갈 판이다. 수사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없는 상황이 됐다.

재계는 “우리는 돈만 냈을 뿐 피해자”라고 억울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청와대 등 권부로부터 기금 출연 외압이 있었는지는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좋아서 돈을 낸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돈은 돈대로 내고, 싸늘한 여론과 함께 검찰 수사는 수사대로 받게 됐으니 기업 입장에선 그런 말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기업이 정말 억울하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툭하면 팔을 비틀어 기업의 돈을 걷는 잘못된 관행이 문제다. 그러나 정권이 요구한다고 그리 큰 돈을 손쉽게 내주는 기업 행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 푼의 돈도 헛투루 쓰지 않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고 본능이 아닌가. 그런데도 수십억, 수백억원의 돈을 내놓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형 무형의 이득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해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령 세제 혜택 한번만 받아도 낸 돈의 몇 배는 한번에 돌려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해가 얽힌 현안의 해결이나 이권 사업에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특수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총수 사면 등도 정권에 밉보이면 손해다.

더욱이 기업은 기부금의 상당부분을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받는다. 국민의당 박현주 의원은 미르와 K재단에 낸 출연금이 모두 774억원인데 이 가운데 187억원은 절세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결국 기업에서 덜 걷히는 세금은 국민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부금은 대가성과 배임 등 법적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혈세의 누수라는 도의적 책임도 기업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당당해져야 한다. 정권이 손을 벌리면 지체없이 응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에 약점이 많다는 의미다. 기업 경영이 투명하고 시장 경제의 원칙에 충실하다면 아무리 힘센 권력이 ‘협조’를 요청해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다. 이제는 잘못된 관행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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