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최순실 씨는 1988년 7월 임 모씨 등과 함께 이 건물 공동소유자로 기록돼 있다. 사진 이세진 기자 / jinlee@heraldcorp.com |
최 씨는 1988년 7월 임 모(68)ㆍ이 모(70) 씨와 함께 이 건물(같은 시점 토지 등기부엔 최 씨 이름이 지워져 있다) 소유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이 씨는 ‘명의신탁’으로 공유자가 됐고 1996년 이를 해지했다. 최 씨가 이 빌딩을 살 때 사실상 이름만 빌렸단 의미다.
주목할 인물은 임 씨다. 폐쇄등기부에 따르면 그는 최 씨와 함께 이 건물을 매입했다. 당시 임 씨 주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252 정수(正修)아파트였다. 그는 1988년 12월 자신이 갖고있던 미승빌딩 지분(3분의 1)을 최 씨에게 팔았다. 최 씨 등이 건물을 최초로 산 지 5개월 뒤다.
임 씨의 주소지 정수아파트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영부인 고 육영수 여사와 관련 있는 곳이다. 육 여사가 1973년 세운 법인 ‘정수직업훈련원’때문이다. 훈련원 설립 당시 매체들은 “오토 패스맨 미 하원의원의 특별기부금을 바탕으로 육영수 여사가 세웠다” 고 적었다. 육 여사는 개원식에도 참석했다.
 |
| 최 씨 소유 미승빌딩의 건물 폐쇄등기부. 공동소유자 임 모씨 주소지는 강남구 논현동 정수아파트다. 정수직업훈련원 임직원 사택으로 쓰인 단지다. |
논현동 252번지에 자리한 정수아파트는 바로 정수직업훈련원 임직원들 사택으로 수 십 년 간 쓰인 집단 주거지다. 최 씨가 미승빌딩을 살 때 이 곳을 주소로 두고 있던 공동매입자 임 씨가 정수직업훈련원 관련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등기부 상 면적 2645㎡(구 801평)규모인 이 땅은 1990년대 이후 수 차례 시도 끝에 2009년 매각됐다. 팔리기 3개월 전엔 땅 소유주 정수직업훈련원 후신인 학교법인 한국폴리텍이 육영재단에서 18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육영재단 역시 1969년 육 여사가 세운 법인이다.
현재 정수아파트 자리엔 이민호ㆍ권상우 등 유명 연예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고급빌라 ‘논현 라폴리움’이 들어선 상태다.
 |
| 과거 정수아파트 자리. 현재 ‘논현 라폴리움’이 들어섰다. 사진 이세진 기자 / jinlee@heraldcorp.com |
슈퍼리치 팀은 이 단지 인근 사람들 증언을 통해서도 정수아파트가 정수직업훈련원 임직원 사택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자 공무원 아파트’란 이미지도 있었다고 전한다.
라폴리움 인근에서 10년 간 점포를 운영했다는 박 모 씨는 “당시 정수아파트는 정수재단 사원 아파트였다”며 “공공기관 직원들이 굉장히 싼 돈에 살았던 단지여서인지, 재산이 많으면서도 정수아파트를 안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동네 공인중개사 신 모 씨도 “정수아파트는 ‘정수재단’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일종의 공무원 아파트였다. 일반인들 사는 곳이 아니었다”며 “알음알음 이사하는 지역이어서 부동산을 거치지도 않고 거래했다.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집들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 씨와 함께 최 씨가 사들인 미승빌딩은 현재 토지 공시가격만 78억원 이상이다. 이 땅의 실제 거래 가격은 140억∼150억원 대로 추산된다. 소유 시점 대비 4배가 올랐다.
1일 현재 긴급체포된 최 씨는 부동산 자산 축적 과정과 관련, “강남구에서 패션업 대리점이나 인테리어점 등을 운영하면서 재산을 불려 강남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factis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