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자로 지명된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잘 알려진 데로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과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하지만 동시에 야권에서도 소문난 반문(반 문재인) 인사다. 또 국민의 당에서 비대위원장 직을 요청받은 인물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의지를 감추지 않은 셈이다. 또 총리후보자 국회 동의에서 국민의 당을 묘하게 엮는 구도가 됐다.
이는 현재 청와대에 쏠려있는 이목을 국회로 돌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김 후보자에 대해 여권은 찬성, 더민주 등 야권은 반대 입장이다. 총리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
김 후보자의 입장을 치밀하게 계산 측면도 엿보인다. 어차피 호남출신 의원들과 안철수 전 대표가 기득권을 가진 국민의 당에서 김 후보자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경우에도 ‘조직’을 갖지 못해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된 상황이다.
반면 국무총리는 헌법상 권력서열 2위다. 만에 하나 박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받을 경우 그 권한을 대행할 수도 있는 막강한 자리다. ‘임시직’에 불과한 국민의 당 비대위원장보다는 당장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있고, 본인의 격도 높일 수 있는 국무총리 자리에 매력을 느꼈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권력의지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새 총리의 실질적인 권한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책임총리’는 법률상 용어가 아니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국무위원 제청권이 있지만, 김 후보자의 인적자산이 또 국무총리실이 청와대만큼 인사검증을 할 역량을 갖췄는 지도 미지수다. 제청권을 박 대통령이 거부할 수도 있다.
한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경질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최근 청와대와 친박의 권력에너지가 약해지면서 친박 정치인 출신인 유 부총리의 힘도 빠진 상황이다. 관료 출신이 아닌 유 부총리는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임종룡 지명자는 금융위원장으로써 구조조정 작업에 깊숙히 간여해왔고, 관료 출신으로 조직장악력이 뛰어날 수 있다. 경제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며 최순실 사태에만 쏠려있는 국민적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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