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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풍자와 패러디의 빅뱅은 왜

빅뱅(Big Bang), 우주의 폭발이었다. 그 우주는 풍자의 세계, 풍자의 빅뱅-대폭발은 우주의 기운을 강조하던 분의 덕분(?)이었다. 그동안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너무 컸기 때문에 풍자 빅뱅의 강도는 역대 최강이었다. 그렇게 시공을 넘나들며 전국민에 걸쳐 최순실 스캔들을 풍자하는 행위와 콘텐츠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고, 이는 민의를 억압한 탓에 사필귀정이었다.

곰탕을 한 그릇 뚝딱 비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이 검찰청 건물에 들어갈 때, 포토라인이 넘어지면서 남긴 프라다 신발 한짝에 대해 네티즌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고 풍자한 기발한 패러디 프라다 광고가 인터넷에 크게 회자되었다. 방송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0월 29일 ‘무한도전’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연상시키는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등이 언급되었다. 드라마 ‘옥중화’에서는 오방낭을 건네며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겁니다”라는 대사까지 나온다.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15’ 에서는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돼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교육 특혜를 꼬집은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무엇보다 청춘들의 참여가 도드라졌다.

풍자극의 새로운 진화이자 리메이크라고 할 수 있게 한예종 학생들은 집회 현장에서 ‘시굿선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고려대 대학생이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를 올렸고, 연세대학생이 무녀와 공주를 함께 풍자한 공주전은 촌철살인으로 천재적인 감각으로 고전 소설 스타일의 풍자글로 SNS를 강타했다. 

70-80년대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가 같았다. 이렇게 전통적으로 고풍스런 방식이 등장한 것은 최순실 박근혜 스캔들이 21세기에는 전혀 맞지 않는 너무나 전근대적인 행태에서 빚어졌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각종 패러디가 등장한 이유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특혜가 청춘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분노를 폭발 시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간 개인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주의자라고 비판받은 청춘들은 사회구조적인 모순에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이 타개되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로 풍자 예술이 폭발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최순실 게이트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비판은 물론 풍자예술행위조차 철저히 억압되었기 때문이다. 개방과 소통의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시대에 어처구니없게도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학생이나 시민들의 절대 권력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는 수사기관의 추궁을 받아 위축되었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ICT기반의 창조경제를 국정목표로 표방해 스스로 개그 스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억압과 분노의 응축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진실을 은폐하고 이에 대한 지적을 부당하게 억압하면 그것은 엄청난 에너지로 응축되어 반드시 폭발하고 그 억압대상을 붕괴 시킨다는 것이다. 70-80년대 풍자예술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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