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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조윤선 장관의 입단속 지시, 뒷북 TF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문체부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비상간부회의가 열렸다는데 분위기가 궁금했다. 그는 망설이다가 “보도자료에 있는 그대로”라고 했다. 그렇게 간단히 말할 사람이 아닌데 이상했다. 바른 말을 잘해 신뢰해온 그였다.

또 다른 이에게 물어봤다. 역시 보도자료 대로, 조 장관이 의혹을 털고, 인맥도 정리하고 가자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모든 언론 창구는 대변인을 통하기로 했다며, 얼른 전화를 끊었다. 입단속을 시킨 것이다.

조윤선 장관은 최순실씨가 몰래 귀국한 31일 비상간부회의를 소집했고, 이튿날 오전 또 한번 소집했다. 그리고 직후에 “의혹을 다 털고 투명한 문체부로 거듭나겠다”는 달랑 1장짜리 보도자료를 냈다.

“외부 개입에 의해 추진된 의혹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법령 위반 및 사익 도모 여부를 점검해 문제가 확인되면 과감한 정리 등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 전날 ’차은택 개입’ 의혹 사업과관련, 조목조목 해명했던 태도와 비교하면 싱겁다. 이를 의식한듯 문체부는 바로 의혹사업을 따져보겠다며, 추진반(TF)을 결성했다. 뒷북치는 격이다.

문체부는 지금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중심에 서 있는 부처다. 최순실씨와 차은택씨가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과 평창올림픽, K스포츠재단 등 굵직한 사업들을 주물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빙상장에 LED를 까는 45억원짜리 사업에 차은택씨 관련 업체가 따냈다는 의혹부터 수억원짜리 평창올림픽 홍보영상, 드라마까지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 20여 가지다. 국가의 크고 작은 사업들이 개인 회사에 이렇게 많이 흘러 들어갔다는데 아연할 따름이다. 문체부로서는 통렬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지난 4년간 문체부는 수많은 정책들을 내놨다. 전 정권에 비해 2~3배 많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실무 담당 국ㆍ과장들은 수시로 바뀌었다. 누구에게 정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처지도 못된다. 어느 문체부 국장은 사안에서 운좋게 비켜나서 한 숨 돌리고 있고, 어느 국장은 얼떨결에 된통 오물을 뒤집어 쓴 꼴이 됐다. 여기에 소신있는 행정은 불가능하다. 국가정책이 ‘복불복게임’이 돼선 안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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