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이 대표가 소집한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김재경, 나경원, 정병국, 주호영 의원 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위해 이 대표 등 지도부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이 대표가 문제 해결을 지휘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소집한 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쪽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이 “이 대표가 그동안 어떤 말했고 어떻게 행동 했는지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하자 이 대표는 “내가 도둑질이나 해먹은 것처럼 오해 할 수 있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아니면 그 말 취소하라”고 설전을 벌였다.
비주류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대해 친박계 홍문종 의원 등은 “30만 당원이 뽑은 대표인데, 이 대표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는 “경륜이나 학력이나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부족하다”며 “부족한 당 대표에게 중진의원들 지혜를 좀 나눠주고 많은 능력을 좀 보태달라”며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8ㆍ9 전당대회 대표 후보였던 김용태 의원과 주 의원, 정 의원 등을 거론하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 대표를 뽑아놓고 낙선했지만 힘 보태서 지혜 나누자고 한 것 아니었느냐”고 지적하자 주 의원은 “말씀을 아끼시는 게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하기도 했다.
지도부 퇴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청와대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차기 국무총리로 ‘깜짝 개각’을 발표하며 김무성 의원과 유 의원 등 많은 의원들이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일이 벌어졌다. 정 의원은 이 대표에게 “총리 인선 발표를 사전에 알았느냐”며 “우리가 중지를 모아서 말씀드리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백날 떠들어도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번 개각이 국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쉽다”며 “사건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고 개각으로 쉽게 이 문제가 정리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의 반발에도 이 대표는 청와대의 ‘기습개각’에 대해 “청와대와 당, 정부에 온통 인적쇄신을 요구하지 않았느냐”며 “생각보다 훨씬 대규모로 아주 신속하게 인적 쇄신하라고 언론과 정치권이 요구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역성을 들었다.
이 대표가 사태 수습에 대한 당내 비주류와 야당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강한 방어’로 일관하면서, 비주류와 야당을 확실한 적으로 돌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주류와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정치권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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