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10.9%로 두 자릿수 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리얼미터가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책임방식과 관련해 하야 또는 탄핵해야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55.3%에 달했다.
박 대통령의 인식은 이런 상황과 동떨어진 듯하다.
박 대통령은 전날 ‘비선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국정수습책으로 김병준 국무총리 카드를 제시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지도부와도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불통개각’이라는 비판만 늘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유력 잠룡들은 그동안 금기시됐던 하야를 공식 언급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불통개각이 오히려 하야정국으로의 터닝포인트만 된 셈이다.
김 총리 후보자 발탁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과도 조율되지 않았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직무대행 자격으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김 후보자 내정 소식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정진철 인사수석 역시 새 총리 후보자 발표 전날에야 연락받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여전히 청와대 참모진 등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장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추정은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 외교안보수석 등 정부와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연이어 밝히면서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이후 박 대통령의 신뢰와 권위를 추락할 대로 추락했지만 박 대통령은 김 총리 후보자 내정이 보여주듯이 여전히 정면돌파식의 리더십을 고수하고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 자금 모금 과정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의혹이 증폭하면서 사상초유의 대통령 수사가 이뤄질지, 김 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인지, 대통령은 2선후퇴할 것인지 국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사실상 2선 후퇴”, “김 후보자가 내치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런 발언들은 박 대통령이 대변인도 아닌 청와대 관계자 뒤에 숨은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국정혼란을 넘어 국정마비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신뢰와 권위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