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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대통령 ‘불통’어디까지…] 盧의 남자·DJ맨 앞세워…‘양날개’폈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과거정권·야권출신 최요직에
인적쇄신 의지로 민심 달래기
이정희 교수 “순서 바뀐 인선”
야권 강경한 반발…효과 미지수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에 각각 노무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출신들을 앉혔다. ‘노(盧)의 남자’ 김병준 총리 후보자와 ‘DJ 맨’한광옥 비서실장 내정자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위기에 선 박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편에 섰던 과거 정권ㆍ야권 출신 인사들을 정부와 청와대의 최요직에 앉힌 것은 ‘인적 쇄신’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탄핵ㆍ하야 요구까지 맞딱뜨린 박 대통령이 이반하는 민심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또 정치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개각과 인사에 전면 반대하는 야당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야당의 ‘운신 폭’을 좁히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총리 내정자는 ‘노무현의 사람’으로도 꼽히지만, 최근에는 ‘친노’와 거리를 두는 행보로 국민의당 차기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제안을 받기도 한 인사다. 한 신임 실장은 호남 출신으로 현 국민의당 지지기반과 겹친다. 당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일 “야당이 김 내정자를 반대한다면 그건 노무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반대가 강경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3일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한가지 개인적으로 김병준 교수께 말하겠다. 김 교수가 총리 적임자냐 아니냐에 대해 논란을 펼치고 싶지 않다. 스스로 이 지명에 대한 수락의사를 철회해주시라”고 말했다. 또 “어차피 야3당이 인준을 거부하고 부결시키기로 합의했는데 굳이 명예를 더럽히면서 총리를 계속 하겠다고 하실 이유는 없지 않겠나”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김 내정자를 박 대통령의 ‘버리는 카드’라고 폄하했다. 천 대표는 “실제로 임명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냥 버리는 카드로 활용된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윤관석 민주당 대변인은 3일 한 비서실장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보여주기식의 완전 코스프레 인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파격 등용이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각 철회를 요구하는 야권과 탄핵ㆍ하야 요구까지 나오는 민심 등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에는 근본적인 처방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함께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은 인물로만 본다면 청와대 비서진이 대통령의 ‘내 사람’, 즉 친박 일색에서 탈피했다는 측면에서 괜찮다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이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여야, 국회와의 합의라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비서실장과 총리의 인선 순서도 선후가 바뀌었다”며 “최소한 비서실장을 먼저 인선하고 그를 통해 여야, 국회 협상을 거친 뒤 총리를 내정하는 수순이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결과적으로 절차가 잘못돼 빛이 바랜 인사”라며 “국민들도 ‘이게 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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