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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집단우울증’에 빠진 5000만 국민
대한민국 5000만 국민이 분노와 무기력증,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의 뒤에 숨어 국정을 농단해온 한 정체불명의 여인 때문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외교ㆍ국방ㆍ인사 등 권한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휘둘렸고 국민의 세금과 각종 이권사업도 ‘최순실’의 먹잇감이 됐다. 대기업들은 이 ‘실세’에게 돈을 싸 들고 줄을 대기 바빴다. 설마 했던 국민들은 ‘집단 패닉’상태에 빠졌다. ‘도대체 이 여자가 뭐길래?‘라는 의문과 함께 상식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행태에 대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전례가 없는 거대한 ‘분노’로 나타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한 집단이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구조적 모순에 처했을 때, 그 집단의 구성원들은 우울증을 보인다”고 말한다. 일제시대 나라를 강제로 빼앗긴 우리민족의 처지나 과거 백인에게 점령당한 북미 원주민들이 그러한 예이다.

집단우울증은 이미 2년 전에도 찾아 왔었다. 300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이 세월호에서 영문도 모른 채 차디찬 바닷속에 수장됐을 때 국민 모두가 힘들어했고, 정신과 전문의들조차 이를 치유할 해법을 찾기 힘들어 했다.

당시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초기 대처와 국가위기 컨트롤타워 시스템 붕괴는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국민은 함께 분통을 터뜨렸고, 함께 슬퍼했으며, 함께 넋을 놓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은 분노를 넘어서 ‘상식 파괴’라는 상실감까지 가세한 집단 우울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라를 이끄는 리더의 책임감과 양심의 실종은 우리 사회의 상식과 자부심의 상실까지 야기한다. 최근 주변에 몸 이곳 저곳이 이유 없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 졌다. 분노를 당사자에게 직접 표출하지 못해 애꿎은 내 몸을 공격하는 것으로, 분노의 ‘신체화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5000만 국민이 집단 우울증에 빠진 상황을 벗어나는 해법은 위정자가 아닌 국민의 몫이다. 당장의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위하는 척 하고 권력에 눈이 멀어 그때그때 말을 바꾸는 정치인을 똑바로 구분하고, 부패와 독선에 준엄한 심판을 할 수 있을 때 국민을 짓누르는 집단우울증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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