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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돈을 쓸 환경인가
어린시절 외가 친척들은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 왔다. 외가 친척이 귀국하는 날이면 파티가 열렸다. 비닐봉지에 한아름 담겨 있던 초콜릿과 사탕들, 갭(GAP)과 리바이스(Levis) 티셔츠, 청바지, 주방용 비닐랩,영양제까지 여행가방 2~3개는 가족들을 위한 물건으로 가득 찼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선물은 줄어 갔다. 외가 친척들은 여전히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왔지만 이상하게 선물은 사오지 않았다. 당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의 관광 트렌드가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바뀌던 시절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는 최근 중국인들의 해외관광 트렌드와 당시 한국 관광이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제2의 내수’로 불리며 국내 소비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주던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어느 새부턴가 ‘묻지마 소비’에서 ‘합리적인 씀씀이’로 소비방식을 바꿨다.

얼마 전 식사자리에서 만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을 만만하게 보지만 최근 젊은 요우커들은 상당히 섬세하다”며 “이들이 소비의 주요 계층으로 성장하면 한국 관광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이상 요우커는 ‘알아서 돈을 써주는’ 존재가 아니다는 지적이다.

이런 변화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는 늘어가는데 이들이 쓰고 가는 돈은 줄어 들고 있다. 지난 3분기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은 489만명으로 작년보다 68%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쓴 돈은 41억2490만달러(약 4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2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방문객은 늘었는데, 1인당 소비액은 줄어든 셈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대부분은 요우커들이다. 이들의 소비패턴이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요우커들도 마찬가지다. 내국인이 여행을 다니려고 해도 ‘정말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한국 관광이다. 외국인들은 오죽하겠냐는 생각이 든다. 돈을 쓸 환경을 제대로 갖추었는가. 정책당국자들은 이 물음에 답을 해야 한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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