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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가능성에 도전한다’…치매치료제 개발열기 ’후끈‘
-뚜렷한 치료제 없는 상황…임상 실패율 99% 이상의 ‘난공불락’ 영역

-국내 제약사들도 후보물질 개발 및 임상시험 돌입…상용화까지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 많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 50대 가정주부 신모씨는 얼마 전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는 80대 노모를 집으로 모셨다. 건강하셨던 어머니가 언젠가부터 했던 이야기를 자꾸 반복하거나 손자를 못 알아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빈도는 점점 잦아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신씨는 검사를 통해 어머니가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어 돌봄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신씨는 노모를 위해 할 수 있는건 옆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지켜보는 것 뿐 별다른 치료를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더 막막했다.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손을 쓸 수 없었던 치매(알츠하이머)를 정복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이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3~5년 사이 치매를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치매 인구, 2050년 270만명 예상…치료제 시장 성장하지만 성공률은 1% 미만=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 인구도 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치매 인구는 2013년 57만명에서 2030년에는 127만명, 2050년에는 271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는 2050년에는 전 세계 치매 환자가 1억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치매에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뒤따른다. 복지부의 치매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3년 11조7000억원에서 2050년 43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치매 환자 한 명을 돌보는데 연 2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이에 치매치료제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치매치료제 시장은 2012년 1220억원에서 2015년 1737억원으로 연평균 12.5%가 성장했다.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나타낸 제약사는 없다. 화이자, 로슈, 노바티스, GSK 등 세계 유수의 제약사들이 치매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성과를 낸 곳은 없다.

제약업계에서는 치매치료제에 ‘난공불락’ 이라는 표현을 쓴다. 치매치료제를 위한 임상시험 실패율은 99%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성공율이 1%도 채 되지 않는 미개척의 영역인 셈이다.

▶증상 늦춰주는 인지기능개선제만 존재…한ㆍ미 연구에서 치료제 개발 청신호=현재까지 치매치료에는 증상악화를 늦춰주는 인지기능개선제만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연구진이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물질을 발견했다.

김혜선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연구팀은 뇌 속 해마에서 나오는 물질인 ‘마이크로RNA-188-5p’가 부족하면 알츠하이머 인지기능 손상을 유도하고 반대로 보충시에는 시냅스 가소성(새로운 기억이 저장되거나 사라질 때 시냅스에 생기는 변화) 및 기억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즉 마이크로RNA-188-5p를 보충하면 알츠하이머로 손상된 시냅스 가소성과 인지 기능 등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치매치료제 및 치료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치매치료제 개발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머크사가 개발한 치매 신약 ‘베루베세스타트’는 최근 초기 단계 임상시험에서 치매의 주범으로 알려진 뇌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최대 90%까지 감소시킨 것을 확인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뇌 신경세포 사이사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이 단백질이 응집을 일으켜 플라크(노인반)를 형성하면 주위의 신경세포들이 사멸하면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루베세스타트는 혈류를 타고 혈뇌장벽을 뚫고 뇌로 들어가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효소인 베타 세크레타제1(BACE1)의 활동을 차단하는 약이다.

▶국내 제약사 개발 열기 ‘후끈’…실패율 높지만 성공만 하면 효자 상품=국내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열기도 뜨겁다. 국내 제약사 중 치매치료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동아ST다. 동아ST는 2013년 ‘동아치매센터’를 설립하고 천연물 소재를 기반으로 한 치매치료제를 미국 하버드대 치매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이 치료제는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약물이다. 동아ST 관계자는 “연구과제명은 ‘DA-9803’으로 현재 전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도 천연물에 기반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로부터 추출한 ‘ID1201’로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고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한편 동국제약은 1개월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치료제 ‘도네페질 데포’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메디포스트, 지엔티파마, 대웅제약, 제일약품, 대화제약 등이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아직까지 치매의 원인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기에 치료제 개발의 성공률도 낮은 것”이라며 “하지만 치료제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이기 때문에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확실한 효자 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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