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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칼럼] 스포츠는 ‘로비’가 아니다
국정을 뒤흔든 최순실씨 일가는 로비에 의해 온갖 농단을 부린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최상의 권력자를 등에 업고 국가기밀관리, 인사개입, 이권 챙기기, 사업청탁 등을 제 마음먹은 대로 해치웠다.

최순실씨 일가의 ‘검은 그림자’는 스포츠에서 특히 도드라졌다. 최순실씨는 자신의 딸인 정유라씨를 예체능에서 최고의 유망주로 키우겠다며 전방위적 로비를 서슴치 않았다. 중학생 때까지 성악을 했던 정유라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승마에서 엘리트가 되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썼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 ‘승마 김연아’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돈이 들어 등록선수가 아주 적은 승마는 ‘말만 있으면 대학에 간다’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서민들이 범접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종목이다. 정유라씨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마장마술 종합단체전은 선수보다 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수십억에서 수백원을 호가하는 명마를 확보하는 게 경기의 핵심요소라고 체육인들은 입을 모은다.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학과 수업 출석은 많은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정유라씨는 서류 점수에서는 합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면접에서 1위 점수를 받음으로써 승마 체육특기자로 합격할 수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정유라씨는 국제대회, 연수, , 훈련, 교육실습 등에 참가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한다는 이대측의 올해 6월 학칙 개정이후 평균 학점이 지난 해 1학기 0점대에서 올해 1학기 2점대로 급상승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최순실씨는 정유라씨의 승마 종목지원을 위해 자신의 비자금 통로로 추정이 되고 있는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에 말구입과 관리, 승마대회 참가를 위해 삼성측으로부터 35억원 가량을 지원받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정유라씨에 대해 “국가대표가 되기에는 부족한 선수”라고 폭로하자,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이렇게 훌륭한 선수를 음해하는 것은 문체부가 두고 보고 있으면 안될 일이다”라고 두둔하고 나서기도 했다. 아마도 정유라씨의 어머니 최순실씨의 의원 로비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최순실씨가 스포츠를 로비 대상으로 삼은 것은 딸에만 그치지 않았다. 스포츠와 문화를 사업수단으로 여긴 최순실씨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류문화와 코리아 스포츠 보급을 목적으로 급조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대통령과 청와대의 개입으로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토록 했다는 의혹을 샀다. 최순실씨 언니 최순득씨의 딸로 승마선수출신인 장시호씨는 전 빙상 국가대표 이규혁씨를 내세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6억7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등 특혜시비가 일었다.

스포츠 문외한인 최순실씨가 스포츠를 통해 사업과 이득을 챙긴 것을 보고 공정성을 최고 가치로 삼고 있는 스포츠의 기본적 정신이 크게 훼손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복되고 즐겁게 만드는 스포츠는 최순실씨 일가가 생각하는 그런 로비적 수단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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