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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길 마구잡이 주차 만원…“구급차 지나가기도 벅차네요”
‘소방의 날’불법주차 현장 가보니…
화재땐 주차차량 비키라고도 못해

부수고 지나갈수도 없어 발동동

소형 소방차도 성능 부족 ‘퇴출’

퇴근시간이후 공공시설 개방 필요


“골목길 상황이 어떤지 보고 싶으면 낮에 오면 안 되죠. 퇴근 시간 이후에 찾아가보세요.”

서울 성북구의 한 119 안전센터에 들어가자 일선 소방관들은 골목길 상황에 혀를 내둘렀다. 

퇴근시간 이후 불법주차된 차로 가득한 이면도로에는 소방차는 물론이고 구급차까지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현장진입에 늦어 대형화재로 번진 사례는 지난해 113건, 올해는 103건에 이른다.

한 구급대원은 “대로는 요즘 인식이 좋아져 사람들이 길을 터주는 경우가 많지만, 골목길은 상황이 다르다”며 “주차된 차량보고 비키라고 할 수도 없고 부수고 지나갈 수도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골목길 불법주차로 인한 화재사고는 매번 되풀이되고 있지만, 주택 밀집지역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불법주차된 차로 가득한 이면도로에는 소방차는 물론이고 구급차까지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크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는 지난 9월 15층짜리 아파트에 불이 나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제때 사고현장에 도착할 수 없었고, 그 사이 불길이 번져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월 의정부에서도 골목길에 주차된 차 때문에 화재진압이 늦어져 5명이 숨지고 129명이 다쳤다. 불법주차로 대형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주차난 때문에 주민들은 어쩔 수 없다며 불법주차를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택 밀집지역 중 하나인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도 입구부터 불법 주ㆍ정차된 차량으로 차량 진입이 어려워 보였다. 특히 퇴근시간이 지나면서 주민들은 이면도로에 거리낌 없이 불법 주차를 하고 있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골목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늘어서면서 도로 입구는 경차도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정도로 좁아졌다.

한 일선 소방관은 “대형 소방차는 그쪽 동네로 진입할 엄두도 못 낸다”며 “소방호스를 끌고 한참을 뛰어가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데 사고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안전점검을 위해 골목길을 돌 때마다 느끼는 사항이지만, 조치할 방법도 없고 주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 상황도 있으니 답답하다”고 했다.

골목길 진입 문제는 성북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내 주택 밀집지역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불법주차로 소방차가 현장진입에 늦어 대형화재로 번진 사례는 지난해 113건에 이른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103건이 집계됐다.

정부도 골목길에 진입하기 쉬운 소형 소방차를 지난 2002년부터 도입해 활용하고 있지만, 성능부족으로 대부분 퇴출당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주택밀집지역 화재는 대형사고로 번지는 경우가 많아 불법주차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 진입 문제는 대부분 골목길 불법주차 때문”이라며 “특히 퇴근시간 이후에는 학교나 공공기관 개방으로 주차난을 해결해 소방차 진입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주택 밀집지역 화재 진압을 위한 소형 소방차도 활성화가 되어야 하는데 예산문제 등으로 갈 길이 먼 상태”라며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소형 소방차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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