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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국정농단] 시국이 이런데…정작 대학 민주주의는 위기
-학교는 위원장 문제 삼아 행사비 입금 거부…“시국선언 진행하느라 대응 어려워”

-‘최순실 시국선언 바람’에 입후보자 없어 총학생회 선거 다음해로 미루는 경우도

-전문가 “정국 맞물리며 대학생들 학내 사안에는 관심 멀어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10일까지 141개 대학이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등 대학가의 ‘최순실 정국’ 참여는 활발하지만, 정작 학내에서는 갖은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진=대학가의 ‘최순실 정국’ 참여는 활발하지만, 정작 학내에서는 갖은 내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총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슬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모든 공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야만 했다. 김형환 부위원장도 공문에 자신의 이름을 빼야만 했다. 총학생회가 작성하는 공문에는 실무자 이름이 대표로 기재됐다. 학교가 이름을 빼지 않으면 교비를 지급할 수 없다며 행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행사를 진행하느라 외부 업체와 계약을 맺었던 총학생회는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학교 본부에 교비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징계를 받은 위원장이나 휴학 상태인 부위원장은 학생 대표자가 아니다”라며 교비 지급을 거부했다. 두 명 모두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 반대 운동에 나서다 5~7주의 정학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체의 대금 지급 압박이 심해지자 교비를 지급받은 단과대가 돈을 모아 대신 지급하는 일도 벌어졌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14일부터 수차례 공문을 주고받은 끝에 총학생회는 최근 두 사람의 이름을 공문에서 지우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학생 대표자는 학생들이 투표하고 인정해야 하는데 학교 본부가 일방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교비 지급을 거부했다”며 “공문 대표자를 학생회 실무자 이름으로 바꾸고 나서야 학교에서 교비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학내가 어수선해지자 총학생회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후보가 없어 선거도 다음해 3월로 미뤄졌다. 이 위원장은 “시국선언과 학내 사태로 아직 학교 측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며 “이 와중에 후보자로 나서는 사람도 없어 단선조차 치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연세대도 지난 9일 총학생회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 일정을 다음해 3월로 연기했다고 10일 밝혔다. 매년 후보 등록이 치열에 단선으로 치러진 적도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지만, 올해는 최순실 정국과 맞물려 입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총학생회도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로 학내 문제를 신경 쓸 틈이 없다”며 “소속 단과대 학생회까지 촛불집회에 집중해야 해 정작 학내 선거에 대한 관심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숙명여대는 총학생회가 없어 비대위 체제로 시국선언을 진행했고, 고려대는 시국선언 문구 등이 문제가 돼 탄핵 투표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혼란한 사회 상황 속에서 대학 내 민주주의까지 함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예전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대학 내 민주주의도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정국 상황과 맞물려 학내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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