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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빼로데이, 최선인가요? ①] 직장상사ㆍ동료 눈치보며 주고받는 빼빼로데이
- 연인ㆍ친구뿐만 아니라 직장 선배들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감

- 따뜻한 정 느껴지기도 하지만 잘 보여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더 커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1일 빼빼로데이를 맞아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늘고 있다. 사실 연인과 친구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기 위해 만든 날이지만 직장 동료와 상사들까지 챙겨야 하는 풍속이 생겼기 때문이다.

11일은 숫자 ‘1’이 연속으로 들어가는 날로서 가늘고 길쭉한 과자를 친구와 연인 사이에 주고 받는 기념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내 동료와 상사들을 위한 선물을 챙기는 실정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김정아(26) 씨는 지난 8일 올해 빼빼로데이에 직장 동료들에게 돌릴 선물을 포장하기 위해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 비교적 많은 수의 동료들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미리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빼빼로 과자를 구매한 것이다. 김 씨는 “직장 선배, 동료들과 함께 과자나 초콜릿 선물을 주고 받는 기념일마다 서로 챙기고 있다”며 “선배들 중에서 챙겨주시는 분이 있는데 처음에 받기만 해서 죄송스러웠고 그때부터 나도 챙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작게나마 서로 기념일에 챙겨주면서 덕담을 나누면 평소엔 느끼지 못하는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며 직장에서 기념일을 챙기는 데 대한 장점을 설명했다.

[사진=빼빼로데이를 맞아 직장에서까지 기념일을 챙겨야 하는 데 스트레스를 느끼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평소에 나누지 못하는 정을 나눈다는 데 장점이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또 다른 업무 외 스트레스를 느끼는 실정이다.]

하지만 직장에서까지 기념일 선물을 돌리는 데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마음을 나누고픈 사람보다는 잘보여야 하는 사람에게 챙겨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다. 이는 업무 스트레스 외 또 다른 직장 스 트레스로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준협(30) 씨는 “직장동료들 경조사비도 만만찮게 들어가는데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마다 챙기게 되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어차피 먹지도 않을 거 서로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2846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30대는 ‘직장상사·동료’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는 응답자가 51.5%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또 ‘각종 기념일을 챙기고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29.1%에 달했다. 기념일을 챙기고 난 후 후회한다고 답한 사람 중 73%가 ‘비용이 많이 들어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원치않는 직장 내 기념일 챙기기에 많은 직장인들이 부담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 특유의 정서상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승신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연인들을 위한 기념일에 직장 동료들까지 챙겨야 하는 압박감은 전통적인 정(情) 문화가 상술과 합쳐져 생긴 현상”이라며 “근절돼야 하지만 누구 한 명이라도 주기 시작하면 눈치가 보여서 가만히 있기 어려워 이러한 허례허식이 사라지지 않고 더 확산되는 모양”이라고 진단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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