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96%
매물 적은데 응찰자 늘어 ‘치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듯
직장인 장모(39) 씨는 지난 8월부터 부동산 경매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해보겠다는 포부를 품고서다. 그는 지금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장 씨는 교재로 독학하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부동산 경매의 매력에 매료됐다. 지난 9월 첫 응찰에 나섰다. 강서구 가양동과 의정부 민락동에 있는 아파트였는데, 감정가는 2억원 초반대로 비슷했다. 내심 기대를 했지만, 낙찰엔 실패했다. 낙찰자는 모두 감정가보다 20~30% 정도 비싼 가격을 써낸 사람들이었다. 장 씨는 “그렇게 되면 굳이 경매를 통해 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론과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경매법정에 신규 물건으로 등장하는 아파트는 지난해 초에 비해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 상반기까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경매법정에서 집(주택)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경매 참가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물건이 희소하다. 지난해 초와 견주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매물은 적은데, 노리는 사람만 몰리다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경매시장에서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매달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법정에서 주거시설(아파트ㆍ다세대ㆍ다가구 등)의 평균 낙찰가율은 90.0%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로 기록된 전달의 낙찰가율(90.2%)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파트만 떼어서 보면 평균 낙찰가율은 이미 95%를 넘어 100%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5.9%였다. 특히 서울(98.8%)과 5대 광역시(97.9%)는 전국 평균을 웃돈다.
지난달 응찰자수가 가장 많았던 상위 10개 물건 가운데 5개는 아파트였다. 고양시 덕양구 ‘삼송마을15단지 계룡리슈빌’의 한 집은 감정가의 129%인 5억288만원에 주인이 결정됐고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의 경매물건도 감정가보다 20% 비싼 2억2510만원에 매각됐다.
높은 낙찰가율은 그만큼 경매법정에서의 경쟁이 치열함을 보여준다.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응찰자는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1~2년간 일반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아파트더라도 경매 단계 전에 많이 팔려버린다”고 했다.
일반 주택시장 분위기가 내년부터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매수세가 꺾이게 되면 아무래도 경매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물건이 늘어날 가능성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매행(行)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법원에 등장하기까지 6~7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아파트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경매의 ‘대명제’인 저가 매수가 어려워지면서 응찰을 포기하거나 보류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감정가의 100%가 넘는 가격에 낙찰을 받아봤자, 부대비용 등을 포함하면 자칫 시세보다 비싸게 떠안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부동산 경매 전문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은 낙찰 이후에 소유권 이전, 명도 과정에서 법무사나 변호사를 끼면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감안하면 굳이 경매에 들어올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