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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는 개인 아닌 사회 공동책임…가족친화 경영 정착을”
권용현 차관

주거·고용·난임치료 등 정책지원 불구

재정상 어려움 많아 수혜대상 폭 적어

이수연 대표

유연 근무제·재택근무 뿌리 내리려면

공정하고 과학적 성과 측정 선행돼야

이명선 원장

여성 70~80%가 중소·영세기업 근무

육아휴직급여 현실화로 소득보장부터


현재 한국 사회는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4명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68명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수치며 최하위인 포르투갈(1.23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올 1∼6월 출생아 수는 21만52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8100명)에 비해 1만2900명(5.7%)이나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이 2000년 인구통계를 작성한 후 최저 수준이다. 올해 시행 첫 해를 맞이한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2016~2020년)의 정책적 효과가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해도 심각한 상황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저출산의 덫’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ㆍ가정 양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식과 양성평등적 출산ㆍ육아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여섯번째 좌담회가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이수연 제이앤비 컨설팅 대표,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현재 한국 사회의 경우 20대 남성을 3.2%가량 앞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임신ㆍ출산ㆍ육아기인 30대 이후 급감해 남성과의 고용률 격차가 34% 포인트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력단절의 우려와 출산ㆍ육아에 대한 부담감에 젊은 여성들은 만혼ㆍ비혼 추세가 심화되고, 기혼여성들 역시 추가출산을 주저한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2045년까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인 대체출산율(2.1명)에 도달하겠다는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 계획’의 주된 장애물이 되고 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마련한 연중 세미나 ‘출산율 2.1 시대를 향한 낯선 경제학’의 여섯 번째 좌담회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가 참석했다. 이들은 ‘일ㆍ가정 양립 실태와 개선 과제’를 주제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일ㆍ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과 성과에 대해 분석했으며, 일ㆍ가정 양립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출산율을 제고에 성공한 주요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의 출산율 상승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았다. 또,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느끼고 있는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에 대해 청취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회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장=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ㆍ가정 양립과 양성평등 문화가 확립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대를 갖고 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개선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과 달리 산업 현장 등 현실에서는 잦은 야근으로 인해 일ㆍ가정 양립이 힘든 기업문화가 이어지고 있고, 돌봄과 가사를 여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계속되고 있다.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정부는 지난 2014년 6월부터 민ㆍ관 합동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대표의장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ㆍ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하 TF)’를 구성해 산업 현장에서 양성평등적 고용 환경과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구체적인 기업문화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TF가 유명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에 의뢰해 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기업문화를 분석한 결과 여성의 경력단절을 초래하고 일ㆍ가정 양립을 가장 방해하는 요인은 ‘비과학적인 업무프로세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여성관리자가 비과학적인 업무프로세스로 인해 승진에서 누락된 점이 확인되거나 출산율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사실이 발견될 경우 즉각 근로감독관을 해당 기업에 보내 진상 조사에 착수한다.

-강 원장=정부는 지난 10여년간 각종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가임기 여성들은 이에 대한 실효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지난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50.6%의 응답자가 저출산 대책이 자녀계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권 차관=정부는 현재 주거, 소득, 고용을 비롯한 양성평등적 사회문화 확립, 난임치료 등의 구체적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공 중이다. 하지만 재정상의 여유가 넉넉치 않다보니 저출산 대책을 실시하고 있는 외국에 비해 소득수준 대비 양육수당의 수혜폭 및 대상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가정의 이득이 일치했던 과거 ‘산아제한정책’에 비해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으로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지만, 개별 가정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순적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개별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기업 입장에서도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지원 조건 등으로 인해 각종 저출산 대책 관련 지원을 신청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 많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중소ㆍ영세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세부 조건을 개선하고 규제를 완화해야만 한다.

▶이 원장=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실효성’이다. 여성 취업자의 70~80%가 50인 이하 중소ㆍ영세기업에 취업 중인 상황에 ‘육아휴직제도’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육아휴직급여의 경우에도 통상임금의 40%이지만 상한선이 100만원으로 한정돼 있어 여성의 임신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시 가정 경제에는 실질적인 타격이 미치고 있다.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해 스웨덴이나 독일 등 해외 선진국처럼 출산에도 불구하고 가정 소득 하락폭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강 원장=정부에선 출산율 제고를 위한 일ㆍ가정 양립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가족친화인증제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에서 공공부문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의무화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증 참여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권 차관=일ㆍ가정 양립 및 가족 친화적 경영에 앞장서는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떨어진다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적극 개선할 계획이다. TF의 조사결과 가족친화인증 기업의 생산성이 비인증 기업에 비해 14~19% 가량 더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정부에선 현재 실시하고 있는 ▷출입국 우대 서비스 ▷조달청 물품구매 적격심사 시 가점 부여 ▷기술보증기금 평가 시 우대 ▷지자체 별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등에 더해 기업들이 원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일ㆍ가정 양립 제도의 확대가 절실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경영 투입 자금에 대한 금리 인하, 법인세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타부처와의 조율이 복잡한 문제라 시간을 두고 검토 중이다.

▶이 대표=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등 탄력적인 근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정하고 과학적인 성과 측정 제도를 바탕으로 한 근로자와 사용자간의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탄력근무제의 확산으로 인한 관리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관리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에서도 해당 모델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과 보급에 보다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

-강 원장=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가족 관계 개선을 위한 후생 강화에 대해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 상태가 불안정한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원장=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는 것은 질 높은 노동력이 감소한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에게도 손해다. 남녀를 불문하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국가와 가정을 위해 큰 일을 한 사람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고과에 불이익을 받거나 핵심 보직 대신 한직으로 밀려나는 현상 등은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표=가족 경영을 통해 업무 공간과 육아 공간이 공존하는 소상공업을 정부가 나서 육성하는 것도 저출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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