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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 트럼프 당선이 주는 경제 정책적 의미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사실 이변이 아니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에 우리 언론은 그를 비정상적 인종주의자이자 막장의 인물로 매도했다. 그의 당선은 어렵겠지만 만약 당선된다면 한국은 결단난다고도 떠들었다. 하지만 미국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잘 파악했다면 그의 당선은 어쩌면 예견할 수 있었다.

하긴 미국의 주류 언론과 집단들도 힐러리 클린턴의 편에 서서, 클린턴의 낙승을 예견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진보적 경제학자이자 저명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도 “자신이 미국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트럼프 당선의 충격을 피력했다. 또 “트럼프의 등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심각한 세계적 불황을 가져올 수 있으며, 경제학적으로 최악의 사태”라고 경고했다.

언론은 앵그리 화이트에 주목했다. 트럼프를 찍은 미국의 블루칼라 중하층 백인들 말이다. 언론들은 “앵그리 화이트의 전통적 백인 우월적 시각과 현 기득권 세력에 대한 거부가 기성 정치권의 이단아 트럼프의 등장과 맞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피상적이다.

트럼프는 수준 미달도 최악도 아니며, 그를 지지한 사람들이 지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의 당선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일정한 구조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 인식해야 한다. 세계화와 경제적 자유주의는 항상 동일한 가치는 아니었다.

세계화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자동적으로 연결한 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것처럼 통화와 금융의 역할에 과도한 무게를 뒀다. 그 결과 경제적 시스템과 부의 생산 구조가 변화됐다. 물건을 만들어 소득을 얻는 것보다 돈을 잘 운용하는 것이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이 됐고, 개인들에게는 임금보다 재테크가 부의 증식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임금 근로자들의 좌절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들은 열심히 해도 부를 축적하기는커녕, 세금을 납부하면 남는 돈은 없는 데다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마저 위협받았다.

더구나 영문도 모른 채 찾아온 2008년의 금융위기는 그들의 경제적 기반마저 날려버리게 했다. 기업가들은 어떤 경우든 잘 빠져나갔다. 그들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임금을 최대한 줄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경제적 간섭을 줄인다는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기업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했다.

트럼프는 전통적 임금 근로자들의 좌절을 경제 현장을 통해 잘 파악한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개발과 투자로 부를 축적한 그는 마치 과거 지주가 안정적 지대 수입을 위해 안정적 임금을 찬성했던 것처럼 근로자들의 임금에 관심을 가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그의 주장은 국토 개발, 제조업,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암시한다. 신자유주의 통화정책이 아닌 케인즈식 재정정책과 고용우선정책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신뢰하는 것은 경제이론이 아닌 자신의 경험일 것이다. 크루그먼이 경제학적으로 최악이라는 주장은 경제학의 이론적 시각일 뿐이다. 이론보다 경험의 힘을 믿는 그에게 자유무역과 세계화는 국가경제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 그가 한미 FTA 등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공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일단 기업의 이익보다 근로자의 임금과 일자리를 더욱 중요시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실물 경제에 그대로 작동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이제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운용의 방향을 실물 경제의 맥락에서 단계별로 예측하고 다양한 대응 방식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의 주장이 실물 경제에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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