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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루머가 무성한 세상
사회가 어수선하면 근거도 없고 출처도 불분명한 이런 저런 얘기가 나돈다. 어떤 것은 그럴 듯 하고 어떤 것은 황당하기도 하다. ‘찌라시’, 유언비어, 헛소문, 뜬소문으로 불리는 사회 담론이다. 루머(rumor)의 다른 이름들이다.

루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사건이나 이슈와 연관된 설명이나 뒷얘기를 말한다. 사회과학에서는 진위와 상관이 없고 사실 확인이 어려운 사안에 대한 얘기들을 루머로 뭉뚱그린다. 루머는 사건(안)의 크기와 비례하여 확산 속도가 넓고 빨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감추어진 것을 들추어내는 듯 보이기 때문 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고 따라서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다.

사회과학은 루머가 전쟁, 공황, 재해 그리고 정치적인 불안정한 때에 발생하고 일정 방향으로 대중의 생각을 몰아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선전, 선동의 한 가닥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전후하여 루머 연구가 집중되었다.

공통된 지적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루머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또 국민들이 강한 불안이나 불만을 느끼고 급변하는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나 지식이 공급되지 않을 때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거짓이거나 커뮤니케이션 중단(mis/discommunication)을 루머 발생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고전적이지만 고든 알포트라는 사회심리학자는 루머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가 상세한 것은 없고 뭉뚱그려진 상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카더라 통신’의 전형이다. 다음은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 중 하나만 강조한다는 점이다. ‘미국 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숭숭 난다’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사회 분위기와 맞아 떨어지게 동화시킨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났을 때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우리 의료 수준으로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창궐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에 속한다. 이런 3가지는 사회 분위기가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요즈음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하여 해괴망측한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것부터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 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 전까지 ‘설마 그렇게까지’ 했던 얘기가 나중에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밑도 끝도 없는 수준이하의 얘기들이다.

문제는 인터넷, SNS, 휴대폰 등 뉴미디어의 보급으로 루머의 생성, 전달 속도와 범위가 빨라지고 광역화된다는 점이다. 사실 확인이나 진실 규명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 파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판단을 일정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여기에 이념적인 것까지 가세하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술좌석의 안주 같은 가십과 사건의 본질과 연관된 담론은 구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어 돌아다닌다. 중심을 잡아야 줘야 할 정부는 기지맥진이고 미디어들은 뒷북이나 치는 듯 보이기 때문에 조금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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