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지음, 박형준 옮김, 열린책들)=경제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생태경제학의 명저. ‘지속가능한 발전의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인류의 경제활동가 생태계의 공존을 모색한다. 저자는 그 핵심이 성장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즉 양적 성장을 내세워온 기존 경제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도발이다. 더욱이 주류 경제학의 심장부인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였던 저자의 발언이어서 파장이 컸다. 기존 경제학은 생산과 소비가 만들어내는 순환고리 모형이다, 데일리는 기존 경제학을 생태계의 하위 시스템에 위치시킴으로써 경제학적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도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경제학은 자연에 의존한다.기존 모델에서의 생산과 수익 요소들은 소비와 비용으로 전환된다. 언제나 동일한 크기의 생태계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경제는 꽉찬 세계로의 이행을 만들어낸다. 20년전의 그의 주장은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핵 벼랑을 걷다(윌리엄 J. 페리 지음, 정소영 옮김, 창비)=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벌어진 핵과 전쟁의 일화들을 기록한 논픽션.1960년부터 2010년까지 핵안보 외교 중심에 선 그는 특히 1990년대 중반 한반도 핵위기 당시 제네바합의 체결부터 ‘페리 프로세스’ 제안까지 종횡무진 오간 인물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해결방안으로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대표적 보고서로 꼽힌다. 이 책에서 페리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돌아보며 김대중 정부와의 협업에서 배운 점, 북한이 위기를 벌이는 속내 등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페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핵위기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클린턴이 재선에 실패하고 이후 부시정부가 대북정책 노선을 180도 바꾼데서 기인한다며 페리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북핵위기를 곁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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