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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내 아버지들의 자서전’외 신간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오도엽 지음, 이현석 사진,한빛비즈)=이발사와 수리공, 대장장이 등 평생 손의 노동을 해온 아홉명의 아버지들이 말하는 노동과 밥 이야기. 시인이자 르포 작가인 오도엽은 근대 아버지들의 삶과 목소리를 받아 적어 대필자로 나섰다. 공덕동 ‘성우이용원’의 이남열씨는 37년 걸려 자신만의 이발 기술을 터득했다. 남의 방식을 따르면 그건 곧 죽는 길이라며 그는 자신의 노동방식을 고수한다. 낙산 자락 ‘일광세탁소’의 김영필씨는 다림질에 서두름이 없다. 날카로운 바지주름을 잡을 때도 어깨에 힘 하나 들어가지 않는다. 시간에 쫒기거나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노동시간을 지배한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시대지만 장인으로 불릴 만한 이들은 비용에 자신의 기술가치나 장인의 노하우를 넣지 않는다. 그저 일한 시간에 비용을 매길 뿐이다. 이들에게 일, 노동은 흔히 일=일자리=부라는 공식과 다르다. 노동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성장을 넘어서(허먼 데일리 지음, 박형준 옮김, 열린책들)=경제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생태경제학의 명저. ‘지속가능한 발전의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인류의 경제활동가 생태계의 공존을 모색한다. 저자는 그 핵심이 성장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즉 양적 성장을 내세워온 기존 경제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도발이다. 더욱이 주류 경제학의 심장부인 세계은행의 수석 경제학자였던 저자의 발언이어서 파장이 컸다. 기존 경제학은 생산과 소비가 만들어내는 순환고리 모형이다, 데일리는 기존 경제학을 생태계의 하위 시스템에 위치시킴으로써 경제학적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도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경제학은 자연에 의존한다.기존 모델에서의 생산과 수익 요소들은 소비와 비용으로 전환된다. 언제나 동일한 크기의 생태계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경제는 꽉찬 세계로의 이행을 만들어낸다. 20년전의 그의 주장은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핵 벼랑을 걷다(윌리엄 J. 페리 지음, 정소영 옮김, 창비)=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벌어진 핵과 전쟁의 일화들을 기록한 논픽션.1960년부터 2010년까지 핵안보 외교 중심에 선 그는 특히 1990년대 중반 한반도 핵위기 당시 제네바합의 체결부터 ‘페리 프로세스’ 제안까지 종횡무진 오간 인물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해결방안으로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대표적 보고서로 꼽힌다. 이 책에서 페리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돌아보며 김대중 정부와의 협업에서 배운 점, 북한이 위기를 벌이는 속내 등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페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핵위기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클린턴이 재선에 실패하고 이후 부시정부가 대북정책 노선을 180도 바꾼데서 기인한다며 페리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북핵위기를 곁에 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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