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의 전쟁’, ‘나트륨 저감화’ 광풍도 가공식품이 점령한 식탁 위에선 무용지물이다. 무수히 많은 식품첨가물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당과 나트륨이 습격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1일 당류 섭취 권고량을 하루 열량의 5% 미만(2000㎉ 기준 25g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인의 34%, 청소년의 46%가 설탕을 과다 소비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당, 나트륨의 습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가공식품을 줄여 당과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동참하면 우리도 모르는 신체변화가 따라온다. |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약 71.1g, 이 가운데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는 44.7g이다. 하루 열량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가공식품을 통해 3g 짜리 각설탕을 하루 평균 약 15개 섭취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청년층(3∼29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13년에 이미 섭취기준을 초과했고, 전체 국민의 가공식품을 통한 평균 당류 섭취량도 올해엔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트륨의 섭취도 마찬가지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한 나트륨 일일 섭취 권장량은 2000mg이지만, 라면 100g은 많게는 2108mg의 나트륨이 함유돼있다.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심지어 4583mg이다.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당, 나트륨의 습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가공식품을 줄여 당과 나트륨 저감화 정책에 동참하면 우리도 모르는 신체변화가 따라온다.
▶피로 회복=설탕 섭취량이 많은 식사를 지속할 경우 피로와 잦은 허기는 덤으로 따라온다.
갈증 해소를 위해 무심코 집어든 탄산음료 한 캔에 많게는 52g의 당이 함유돼있고, 무더위를 식혀주던 아이스크림에는 많게는 54g, 평균 18.5g의 당이 함유돼있다. 갈증 해소와 포만감을 주는 단 음식을 섭취하면 혈액 속의 당 성분이 많아져 일시적으로 피로가 풀리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단 음식은 되려 피로의 원인이 된다.
과자나 비스킷과 같은 가공식품은 특히 당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데, 이 식품들엔 비타민B와 무기질이 부족해 대사 과정에서 비타민B1의 손실을 불러와 피로 누적을 야기한다.
게다가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하면 우리 뇌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신경 물질인 인슐린을 다량 분비하기도 한다. 이 때 일시적으로 저혈당 증상이 오면서 뇌는 혈당을 채우기 위해 또 다시 단 음식이나 음료를 찾게 된다. 이 경우 갑상선 기능이 저하돼 오히려 무기력증과 피로감이 올 수 있다. 또한 설탕의 과다 섭취는 장내 세균 증식을 활발하게 해 장 기능을 저해하고, 독소를 쌓아 만성피로를 유발한다.
▶피부 개선=가공식품의 섭취는 피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당이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피부가 얆아진다. 당분의 과다섭취가 피부 속 콜라겐과 탄력 섬유에 영향을 미쳐 탄력이 떨어지고 외부 자극에 취약해진다.
특히 탄수화물의 일종의 정제된 설탕을 많이 먹으면 인슐링 분비량이 늘어나 그로 인해 인슐린 생산에 문제가 생긴다. 피지 분비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피부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성인 여드름의 원인 역시 가공식품에 함유된 무수히 많은 당분 때문이다. 가공식품 속 당류는 당의 크기가 작고 급속히 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숙면=영양소는 없고 열량만 높은 과자와 비스킷, 빵과 같은 가공식품은 수면의 적이다. 가공된 탄수화물이 혈당을 높여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공식품은 탄수화물, 당, 나트륨이 대부분이다. 특히 감자칩과 같이 소금기가 많이 들어간 식품은 갈증을 유발해 숙면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성인병 예방=당과 나트륨은 과잉 섭취시 문제가 되는 식품들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알게 모르게 섭취할 경우 위험 요소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그 가운데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문제다.
나트륨의 과잉섭취는 고혈압, 심혈관질환은 물론 골다공증, 위장질환의 주범이 된다. 특히 나트륨은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압현상으로 세포 내 수분이 혈관으로 빠져나와 혈류량이 증가, 고혈압을 유발한다. 고혈압이 관리가 힘들어질 경우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서 심장병,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거기다 나트륨은 체외 배출되는 과정에서 칼슘이 함께 배출돼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당의 과다 섭취는 인슐린 대사의 문제를 유발하고, 식욕 관련 중추에 문제를 일으켜 비만, 대사질환, 심장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