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밝힐것” 앵무새 답변
현정권 대국민 인식 반영 비판도
“국민들에게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국민에게 말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조원동 전 청와대 수석)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짧게 답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청와대 인사에 대한 첫 공개소환은 지난 2일 안종범(57ㆍ구속) 전 정책조정수석에서 시작했다. 피의자 신분인 안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고 말했지만 ‘재단 출연금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느냐’,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냐’, ‘최순실 씨를 모르냐’ 등의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라고 일관했고 결국 구속됐다.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통하는 청와대 안봉근(50)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에 대한 소환 과정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 전 비서관의 경우 언론의 눈을 피해 서울중앙지검 청사가 아닌 서울고등검찰청사로 들어가려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됐고, 이 전 비서관은 정문으로 입장하긴 했지만 ‘문건 유출 의혹’ 등을 쏟아지는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드리겠다”를 반복했다.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장면은 이중에서도 압권으로 꼽힌다. 지난 6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 우 전 수석은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질문하는 기자를 한차례 째려보는 등 고압적인 태도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 전 수석의 ‘서늘한 눈빛’을 받았던 KBS 취재기자는 “국민들에게 다 중계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취재진이 질문을 했는데 고압적인 태도로 대답도 하지 않고 취재진을 노려본다는 것 자체가 당황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이후에도 검찰청 안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한 언론 카메라에 잡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반면 민간인 신분으로 이번 의혹의 핵심 몸통으로 지목된 최순실(60ㆍ구속) 씨와 차은택(47ㆍ구속) 씨는 검찰 출석 장면에서 울먹이며 사과하는 등 청와대 참모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 검찰에 소환된 피의자들은 형식적으로라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고 밝히는 경우가 많은데 청와대 참모들은 그런 모습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며 “조직적으로 입을 맞춘건지 정말 억울해서 사과를 안 했는지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