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국 58개팀 참가…내달 18일까지
이승택 설치작품·이이남 레이저아트등
천혜환경 끌어안은 예술품들 감탄 절로
정원곳곳 보물찾듯 작품발견하는 재미도
자연이 만든 습지에 인간은 정원을 꾸렸다. 그리고 이제 예술의 힘을 빌려 ‘낙원’을 그린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지난 18일부터 한달간 ‘낙원유람’을 주제로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를 개최한다.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일대에서 세계 26개국에서 작가 58명(팀)이 참가해 야외설치전, 실내전, 퍼포먼스, 생태워크숍 등이 펼쳐진다.
미술제에 출품된 작품들은 제각각의 개성이 뚜렷하지만, 순천만습지에 ‘순응’하는 모양새다.
작품은 오히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관람객이 정원을 산책하며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인 이승택 작가의 ‘기와 입은 대지’는 이런 주제의 절정에 서있다. 대지 위에 엎드린 기와지붕은 대지를 뚫고 나온다기보다 대지의 일부분인듯 하다.
독일작가인 로저 리고스의 작품 ‘날개’는 물을 무대로 순천만에 부는 바람을 주인공으로 끌어냈다. 하얀 천으로 만든 날개는 바람이 불 때마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보이지 않는 자연의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미국 원로작가인 스티븐 시걸은 자연의 재료로 만든 인공의 부산물이 결국엔 다시 자연으로 회귀하는 메시지를 신문과 나무의 관계에서 끌어냈다. 그의 ‘순천에서 엮다’는 7t에 달하는 신문지를 살아 있는 나무나 죽은 나무 사이 엮듯이 쌓아 올려 지질학적 기원과 자연의 순환을 표현했다.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순천만의 환경적 특성을 미술제에 담아내려한 특성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총감독을 맡은 김성호는 “순천이 지향하는 문화예술 생태도시에 초점을 맞춰 미술제를 기획했다”며, “순천만 습지라는 자연환경을 그대로 끌어 안은 국가정원의 공간적 특성과 순천의 지역색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 국내외 설치미술 거장들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호흡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미술제는 일반적 자연환경미술제와 달리 영상을 활용한 작품이 출품되는 등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이이남 작가의 레이저 아트, 김기라ㆍ김형규 작가의 영상작업, 드론을 활용한 이경호 작가의 영상작업 등이 그것이다.
광주출신인 이이남은 야외전시와 실내전의 경계에서 오후 5시부터 폐장 직전까지 레이저 아트를 선보인다.
김기라ㆍ김형규는 사찰의 24시간을 담은 영상작품을 4개의 모니터로 보여준다. ‘새로운 세계화-사상화(思象畵)’는 남원 실상사에서 벌어지는 24시간의 일상을 타임랩스 기법으로 담은 작품으로 승려들의 소탈한 일상을 통해 조상들의 삶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경호 작가는 2006년부터 이어온 봉다리 시리즈를 선보인다. 홍콩, 경주, 파리 등 세계각지에서 쉽게 ‘날아다니는’ 봉다리들을 통해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다.
전시는 내달 18일까지 이어지지만, 전시 이후에도 일부 작품은 순천만에 남는다. 주요작으로 꼽히는 스티븐 시걸의 ‘순천에서 엮다’와 로저리고스의 ‘날개’, 이승택의 ‘기와입은 대지’, 김구림의 ‘음과 양’, 최평곤의 ‘돌아가는 길’등 다섯점이다.
관람료는 순천만국가정원 입장료에 포함돼 있다.
순천=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