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인생 수능결정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서 바야흐로 대입 전쟁기이다. 성적을 매기는 것은 필연이다. 다만, 쌀쌀한 초겨울 어느 하루 얻은 성적의 영향력은 한시적이어야 한다.

성적이란 영구불변이 아니다. 당장 6,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 성적이 다를 것이다. 중학교때, 고교때, 재수때, 대학때, 취업준비생때 전체를 보면 영희와 철수의 성적이 엎치락 뒤치락 했을 것이고, 넘사벽 개동이가 좌절하기도, 만만했던 소동이가 수직상승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순간의 성적은 인생 전체에 비춰 매우 짧은 기간, 제한된 범위내에만 영향을 줘야 한다.



수능의 뜻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시험’이다. 하지만 현실은 점수로 서열 정하는 시험이다. 아이들의 점수는 정부가 60여만명의 세부 성적표를 공개함으로써 1등 부터 60만등이 누군지 보여주기 때문에 등급제(9등급)의 참뜻과는 거리가 있다.

대학은 인재를 만들기보다 1점이라도 높은 아이들을 받는데 주력하고, 교육 당국은 이에 부응해주고 있는 것이다.

1~3점 더 얻은 그룹은 기득권을 가진 거대한 아성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1~3점 덜 맞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줄 안다. 이른바 ‘인생 수능 결정론’이다.

교육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수능시험의 근본 취지를 되새기자. 아울러 인생 수능 결정론을 깨겠다는 사명감으로 대입 제도를 다뤄야 한다.

몇 점 더 맞은 대학과 덜 맞은 대학 출신이 같은 직장에 들어오면 후자가 더 노력했고 더 실력있는 것으로 간주되는 이유는 기득권의 아성을 뚫었기 때문이다.

간판을 가린 채 평가하는 기업의 블라인드 테스트 증가 추세는 다행스럽다. 하지만 교육부의 방향 전환 없이는 ‘1점 전쟁’과 자살, ‘1점 인성’을 막기 어렵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