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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건설 수주액 반토막, 10년래 최저…이란 수주는 ‘0건’
-올들어 233억달러, 전년동기 대비 41% 감소

-잭팟이라던 이란 수주는 실상 한국기업 발주만 2건

-트럼프 악재까지 출현…시장은 우울한 전망 속으로

-“고부가가치 영역 진출 늘리고, 해외건설금융 확대”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한때 한국 경제를 먹여살린 해외건설이 2년째 뒷걸음치고 있다. 올들어 해외수주액은 10년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수주액 뿐 아니라 수주건수, 진출국가수, 진출업체수 모두 지난해 보다 감소하며 양적, 질적으로 후퇴했다. 이란 핵합의 재협상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변수까지 등장, 저유가 지속과 함께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연도별 해외수주액 추이. [자료 =해외건설협회]

▶2년 연속 감소한 해외수주=23일 해외건설협회의 건설통계를 보면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3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6억달러 보다 41% 하락했다. 수주건수는 598건에서 491건으로 18% 감소했다. 진출국가는 105개국에서 96개국으로, 진출업체는 250개에서 224개로 각각 줄었다. 진출국과 진출업체가 감소했다는 것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의 진취성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수주액은 2006년(165억달러) 이후 10년만에 최저가 예상된다.

이는 2년 연속 감소다. 2003년부터 2010년(716억달러)까지 매해 성장만 거듭하던 해외 수주액은 2011년 이란제재 본격화로 꺽이기 시작해 2012년~2014년 3년간 650억달러대에서 정체를 보이다 지난해 저유가 여파로 461억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란 특수는 없었다=올해 경제 제재에서 해제된 이란 특수는 아직 소식이 없다. 저유가로 인해 중동지역 발주가 메마른 가운데 이란이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았지만 수주는 사실상 전무하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는 이란 수주는 2건, 수주액은 68만1000달러로 게재돼 있다. 2건의 발주처는 이란이 아니어서 수출로 보기 어렵다. 우리 해양수산부의 현지 항만개발 타당성조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테헤란 한국우수상품전 부수 설치 공사 등 지역만 이란일 뿐 한국 측의 단순 용역이었다. 

지난 5월 대통령의 이란 방문 시 ‘52조원 수주 잭팟’이라던 이란 특수 효과는 소리만 요란했다. 대림산업은 당시 이란 이스파한과 아와즈를 잇는 49억달러 철도공사 양해각서(MOU), 19억달러 박티아리 댐ㆍ수력발전 공사 가계약 체결로 주목받았지만, 본계약 시기는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달 이스파한-아와즈 철도공사에 관한 타당성보고서를 현지에 제출했으며, 박티아리 댐공사는 본계약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양국간 금융지원 협정 체결도 늦어지고 있다. 건설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우면 입찰 자체가 불가능하다. 양환준 수출입은행 부장은 “이란 중앙은행, 이란 투자처, 이란 12개 상업은행과 거의 협상을 완료했다”며 “연말까지 어떻게든 합의하려고 설명, 설득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며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와 저유가 악재 겹쳐=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초저유가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산유국인 중동국가들의 투자 재개를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해외건설에는 악재다. 그는 선거기간 중 이란과 체결한 핵합의를 재고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지역2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라는 새로운 불확실성, 배럴당 50달러 수준의 유가 예측치로 내년 해외건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면서 “그래도 유가가 회복되고 있으니 올해보단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단순도급이나 EPC(설계ㆍ조달ㆍ시공)에 머물고 있는 수주의 질을 개선하고, 정부 지원이 투자개발사업에 집중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열린 ‘해외건설 패러다임 대전환 모색 세미나’에서 차문호 현대건설 상무는 “2013년에는 세계 건설업 250 상위에 한국업체가 15개 포함됐으나, 올해는 12개사로 감소했다”며 “저부가가치 영역에서 탈피하고 고부가치로 수익성을 높이는 설계 영역으로 진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 측에 “해외건설금융 역량을 통합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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