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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던 40대 직장인 가족의 희망찾기 ‘탐사형’ 세계일주…“작은 실천이 나와 세상을 바꾼다”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젊은 시절의 이상과 꿈이 희석되고 가족관계의 균열로 정체성의 위기를 느낀 40대의 끝에 선 한 언론인이 가족과 함께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잃어버렸던 ‘나’와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 ‘길을 찾아나선 가족’(전4권ㆍ혜안)이 나왔다. 역사와 문화 탐방을 넘어 각 지역의 시민단체나 공공기관을 방문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변화하는 세계에 깊숙이 다가가는 새로운 유형의 사회탐사형 가족여행기이다.

세상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지만, 희망의 불씨를 지피려는 노력들을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하며 가족들이 저마다의 한계와 스스로의 저항에 도전하고 넘어서며 성숙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길을 찾아 나선 가족’(전4권)/이해준 지음/혜안]

서울의 명문대학을 나오고 직장에서도 잘 나가던 저자는 40대 후반,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 빠졌다. 가정은 겉으론 매우 안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속에서는 흔들리고 있었다. 사춘기의 아이들은 꿈과 희망보다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공부하고 진학하는 데 힘들어했다. 바쁜 일상에 가족 간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시로 삐걱거렸고, 그럴때마다 고통스러워했다.

이들은 현실을 박차고 세계로 나갔다. ‘따로 또 같이’ 진행된 가족여행 기간은 368일(1년3일). 아시아~유럽~남미~북미 등 4개 대륙, 23개국, 99개 도시를 방문했고, 각 대륙에서는 6만km 거리를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고집스럽게 이용하며 이동했다.

이들이 만난 세계는 격변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개발 바람이 티벳 오지에까지 몰아치고 있었고, 남유럽은 금융위기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세계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경제위기 한파를 지역축제로 달래는 그리스를 여행하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1000년 전, 500년 전의 아테네 사람들도 지금 아테네 사람들이 겪는 것과 같은 영욕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 언제나 자신이 속한 시대가 가장 엄중하고 힘들어 보이지만, 장구한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 그리스인들의 경제난도, 세계를 떠도는 우리 가족의 힘겨움도 언제가는 먼지가 되고 말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역경은 넘어가게 되어 있다.”(3권, 80쪽)

이들은 지구촌 희망의 현장을 찾아나섰다. 네팔에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박타푸르의 작은 비정부기구(NGO)를 찾고, 인도에서는 나브단야 실험농장에서 체험활동을 하며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를 만나고, 콜카타 테레사 센터에서 다국적 여행자들과 어울려 봉사활동을 벌인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오르비에또의 국제슬로시티연합과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방문하고, 브라질 ‘환경수도’ 쿠리치바 시청의 환경담당자를 만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현장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대자본에 의지하지 않은 사회개발로 ‘제3의 길’을 개척한 인도 케랄라를 방문해 그 비결을 집중 탐구하기도 한다. 모두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작지만 소중한 희망의 씨앗을 뿌려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혼자 남미 안데스와 북미대륙을 횡단하면서 여행의 의미에서부터 사랑, 가족, 용기, 자본주의의 미래와 희망까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나 믿음과 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리라는 다짐은 자연스럽다.

“성장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은 아니며, 공동체의 긴밀한 소통에 기초한 다양성의 사회가 대안의 단초를 제공할 것임을 확인했다. 소박한 삶, 작더라도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삶이 미래를 밝혀줄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에 앞서 자신이 먼저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며, 그것이 질곡에 빠진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4권 361쪽)

가족 여행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여행은 즐거움과 낭만이 아니었다. 가부장적 권위와 관습에 물들어 있던 저자가 여행 일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해 가족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아이들이 공부와 여행을 병행토록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했다. 여행을 지속하면서 평소의 그런 태도가 자신과 가족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깨달으면서 변화가 나타난다.

1권(좌충우돌 가족의 새 발견)과 2권(‘다시 일어서는 가족’)에서는 이런 가족관계의 변화를 촘촘하게 그렸고, 3권(이제는 변화가 두렵지 않아요)과 4권(믿음과 용기, 여행의 선물)에서는 가족이 독립적인 주체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족의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아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다. 혼돈의 시대에 꿈과 희망을 위해 고투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청량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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