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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강간은 강간이다’외 신간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강간은 강간이다(조디 래피얼 지음, 최다인 옮김, 글항아리)=미국에서 강간을 경험한 여성의 수치는 연구에 따라 1210~1800만명에 달한다. 미국 전체 여성의 10.6~16.1퍼센트에 해당한다. 이 중 상당수가 면식 강간이다. 강간이 일상화된 이런 상태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강간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 사건을 고발했을 때 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피해자가 원인제공을 했다거나 왜 이제야 고발하는지 의문을 품으며 역비난을 퍼붓는다. 수많은 강간 연구와 통계를 바탕으로 모든 과장을 걷어내고 강간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낸 여성대상 범죄사건 전문변호사이자 법학자인 저자는 “강간은 강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다섯 명의 피해자와 직접 나눈 심층인터뷰가 실려있다. 피해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론보도나 수사기관의 발표와 전혀 다르다. 피해자들의 증언은 강간에 대한 몰이해 또는 오해가 강간 사건의 실체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강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끔찍해요. 그런 사건을 겪은 피해자가 사람들, 가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 자기를 의심하고 혐오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되는 거잖아요.”

▶두뇌는 최강의 실험실(신바 유타카 지음, 홍주영 옮김, 끌레마)=사고실험이란 실제로 행하지 않고 머릿속 추론만으로 하는 실험을 말한다. 머릿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극한 상황을 설정해서 상식을 뛰어넘은 새로운 추론이 가능하다. 사고실험이라는 방법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엽. 과학사가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과거에 진행된 사고실험들의 의의와 논리, 주장이 재조명돼면서다. 원래 물리학이나 철학에서 이론을 세우거나 예측할 때 주로 활용됐지만 윤리학, 심리학, 경제학, 인공지능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공학박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다양한 사고실험을 소개하고 그 의미와 학문적 배경을 설명한다. ‘갈릴레이의 연결된 물체 낙하 실험’‘뉴턴의 양동이 실험’,‘데카르트의 꿈의 논증’‘아인슈타인의 낙하하는 엘리베이터 실험’등 학문의 상식을 뒤엎고 혁신적인 이론의 바탕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고실험 20가지가 소개돼 있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나침반 역할을 하는사고실험은 앞으로 어떤 과학기술을 수용해야 할지, 어떤 가치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찰하는데도 사고실험은 유용하다.

▶조금은 달라도 괜찮아(김선호 지음, 인물과사상사)=6학년 담임 교사인 저자가 아이들과 1년을 보내면서 꼭 해주고 싶었지만, 미처 해주지 못했던 이야기를 편지형식으로 적었다. 책에 등장하는 41명의 아이들은 제각각 문제를 지니고 있다. 무난하고 평탄하게 성장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저자는 뽀족하게 모난 네모가 굳이 동그라미가 될 필요가 있을지 묻는다. 네모가 쌓여 벽돌 담장이 되고 집이 된다. 그들만의 모습으로 충분히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엄마가 지구에서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아이에게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엄마가 싫어진 이유는 엄마와 싸울 때마다 지기 때문이라며, “이기는 게임만 하라”고 조언한다. 가출하고 싶다는 아이에게는 집을 벗어나도 엄마를 벗어날 수는 없다며, 엄마와 자신을 구별하고 엄마를 뛰어 넘으라고 말한다.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책상 정리 한 번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산만한 건 죄가 아니라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조언한다. 사춘기 아이들 뿐 아니라 그런 아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주위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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