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대 1 경쟁 뚫은 윤공주, 3修만에 주연 꿰차
마술같은 풍성한 무대 색채도 단연 압권
세대교체,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아이다’ 역시 구세대에서 신세대로의 교대를 통해 변화를 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했던 오디션. 명작 뮤지컬이 새로운 주역을 찾는다는 소식에 1000명이 넘는 배우가 몰려들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에 대해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키이스 배튼 연출은 “10년 사이 한국 배우들의 풀(pool)이 넓어지고 재능까지 발전했다. 1000명 넘는 지원자 가운데 선발한 이번 배우들의 실력은 단연 최고”라 평했다. 그는 2005, 2010, 2012년 국내에서 열린 세 차례 공연뿐만 아니라 미국 브로드웨이, 세계 20여개 프로덕션에 참여하며 명실공히 ‘아이다’를 가장 잘 아는 연출가로 꼽힌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아이다’. 지난 세 차례 시즌에서 총 574회 공연을 선보여온 ‘아이다’는 새로운 멤버들과 1000회 공연을 향해 나아간다. |
앞선 공연에서 옥주현, 차지연, 소냐, 정선아 등 최고의 스타들이 타이틀 롤 아이다와 마스코트 격인 암네리스 역을 거쳐 간 만큼, 배우들 사이에서는 ‘한 번쯤 맡아보고 싶은 꿈의 배역’으로 거론돼 왔다. 이번 시즌 가장 주목받는 이는 아이다 역의 윤공주로, 그는 2005년 초연 당시 앙상블에 지원했다가 탈락, 2010년 암네리스 역으로 재도전했지만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이번에는 아이다 역에 도전장을 내민 윤공주는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다. 자신의 이름 ‘공주’대로 극 중 고대국가 누비아의 공주 역을 맡았는데, 앞서 사랑스럽거나 섹시한 이미지를 주로 소화했던 그는 ‘아이다’에서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강인한 지도자이자 사랑에 솔직한 당당한 여인으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암네리스 역의 이정화와 라다메스 역의 민우혁 또한 성공적인 세대교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각각 2010년과 2011년에 데뷔한 두 사람은 ‘아이다’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궁금하게 했다.
‘아이다’는 이처럼 배우의 기량과 실력을 전면에 내세운 배우 중심의 뮤지컬이 분명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을 한층 더 빛나게 하는 다양한 장치들을 빼놓을 수 없다. 팝의 거장 엘튼 존과 뮤지컬계 대표 작사가 팀 라이스가 만든 넘버는 두말할 것 없고,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보여주는 불멸의 사랑 이야기도 깊은 감동과 오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단연 압도적인 건 무대 미술인데 ‘아이다’의 풍성한 색채는 마치 마술처럼 관객들의 시각을 매료시킨다.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나일강, 강물에 반사된 야자수 그림자, 붉은 빛으로 일렁이는 누비아, 화려한 암네리스의 옷장 등 무대가 바뀔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특히 극 중 12번이나 옷을 갈아입는 암네리스의 의상은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다.
지난 세 차례 시즌에서 총 574회 공연을 선보여온 ‘아이다’는 새로운 멤버들과 1000회 공연을 향해 나아간다. 이들을 지켜보며 꿈을 키울 또 다른 신예들이 아이다, 암네리스, 라다메스로 무대에 오를 날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내년 3월 11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관람료 6~14만원.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