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불안한 시대의 젊은 작가’라는 수식어엔 일정한 기대치가 담겨있다. 시대의 부조리함을 꼬집거나 드러내는 이들일 것 이라는 기대다. 이러한 기대는 동시에 선입견이기도 하다. 그런 선입견에 ‘다시 한 번 돌아보라’고 권하는 전시가 열린다.
대안공간 아트 스페이스 풀은 올해 마지막 전시로 ‘공감오류:기꺼운 만남’전을 개최한다.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인 POOLAP의 연계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강기석, 무진형제, 신정균, 박지혜 등 4명의 작가(그룹)이 선정됐다. 평균연령 30대 초반인 이들의 작품은 물론 근래 ‘혼돈의 결정체’인 시대를 담아내고 있다.
강기석, 큐티 하니(Cutie Honey), 2016, 비디오, 5분 20초.[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풀] |
다만 그들의 작품에선 일반적 시각에서 ‘젊은 작가’로 프레임된 ‘현실의 과장된 반영’을 찾아볼 수는 없다. 전시 제목처럼 ‘공감의 오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김미정 아트 스페이스 풀 큐레이터는 “이 전시는 그런 성급함과 오판을 절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를 다시 읽어보려하고,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답을 얻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무진형제, 비화(飛化, Soaring in transition), 2016, 비디오, 비디오설치, 컬러, 스테레오, 13분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풀] |
네명의 작가는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하지도,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다만 스스로가 선택한 주제에 대해 성찰과 시각적 실험, 그리고 느릿한 반복을 계속한다.
박지혜, 순수한 소진_배회하는 상영관, 2016, 혼합재료, 1150x780x1700.[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풀] |
강기석의 작품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죽은 동물을 해체해 접합하는 박제의 형상을 영상에 담았다. 사실 작가는 물론 보는이, 박제의 대상 모두 폭력적인 과정이다. 작가는 이미 죽었지만 형태는 살아난 아기염소에게 ‘큐티 하니’라는 유행가를 불러주고, 같이 산책을 나간다.
신정균, statement, 2016, HD비디오, 7분 40초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풀] |
무진형제는 개발에 의해 파헤쳐지는 땅을 ‘구아(구렁이 아이)’라는 설화로 풀어낸다. 신정균은 군대, 남북관계를 다루는 자신의 작업 때문에 경찰에서 조사까지 받았던 일화와 승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자신이 겪은 유사한 경험을 병치시켰다. 박지혜는 설치작가들의 오랜 고민을 끌고 왔다. 전시후 폐기처분되기 십상인 설치물을 ‘이동식’으로 제작해 전시가 끝나도 처리가 용이한 형태로 바꿨다.
전시는 내달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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