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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빠지는 콜라…130년 코카콜라의 변심
-코카콜라 15년간 비탄산음료 비중 25%로 확대…설탕세 타깃 된 탄산음료업계 체질개선 바람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애틀란타의 약사 존 팸버턴이 탄산수에 풍미가 가미된 시럽을 만들어내면서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 가격과 높은 수익성 덕분에, 코카콜라는 한 세기가 넘게 본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제품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약간의 혁신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마케팅 측면에서 이뤄지거나 생산품 라인을 확장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탄산음료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각국에 도입되고 있는 ‘설탕세(소다세)’에 대한 기사에서 이같이 기술했다. 세계 각지에서 비만의 주범으로 설탕이 지목되면서 최우선 타깃이 된 탄산음료는, 담배가 그랬던 것처럼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를 지배한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꼽혔던 코카콜라와 그 후발주자인 펩시코, 닥터페퍼 스내플 그룹 등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위기의 신호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탄산음료 소비량은 사상 최초로 생수 소비량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Euromonitor)’는 미국인들의 올해 1인당 생수 소비량은 103.7 리터로 탄산음료에 비해 4.5 리터가 많다. 또 미국의 음료시장 조사업체 베버리지 마케팅 코프(Beverage Marketing Corp)가 올해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생수 판매량은 2014년 7.3%, 지난해 7.6% 늘었다.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4.5%를 기록했다. 반면 탄산음료 섭취량은 11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탄산음료의 연평균 성장률은 같은 기간 -1.9%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소다세가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1일 일리노이 주(州) 쿡카운티 의회가 탄산음료 1온스(약 29㎖)당 0.01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국에서는 소다세를 도입한 지자체가 7개로 늘었다. 또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소프트 드링크를 대상으로 앞으로 2년 내에 소다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호주와 캐나다에서도 도입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20%의 소다세를 부과할 경우 그에 비례하는 소비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다세 도입을 공식 권고했다.

심리학에서는 부정적 현실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처음에는 의심하다가, 분노와 좌절을 거쳐, 현실수긍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탄산음료 업체들도 그 같은 변화를 거치고 있다. 업체들은 어떻게든 여론을 되돌려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코카콜라와 펩시코는 지난 수년간 건강 관련 민간단체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며 로비를 해온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미국 예방의학저널 조사 결과 이들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민간 단체들은 소다세 도입을 주장하다가 결국 이를 철회했다. 펩시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은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대표적이다.

업체들은 또 민간연구단체를 지원해 탄산음료가 비만과는 무관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거나 소다세 부과가 탄산음료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게 했다. 실제 덴마크의 경우 소다세를 도입했다가 소비 억제 효과가 작고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몇년전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탄산음료업체들은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발을 옮기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3위 탄산음료업체인 닥터페퍼 스내플 그룹은 17억 달러(약 2조원)를 들여 ‘바이 브랜드(Bai Brands)’라는 음료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2009년 설립된 곳으로 탄산음료도 판매하지만 코코넛 워터, 무설탕 콜라나 차(茶)류에 강점이 있는 업체다. 닥터페퍼 스내플의 래리 영 최고경영자는 “무인공감미료에 저칼로리, 훌륭한 맛까지 겸비한 음료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바이 브랜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같은날 2위 업체인 펩시코 역시 미국 내 ‘콤부차’ 시장 2위 업체인 ‘케비타(KeVita)’를 인수할 계획을 밝혔다. 인수금액은 2억5000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콤부차는 일종의 건강발효음료의 일종인데 사람에게 유익한 종균을 홍차나 녹차에 넣어 배양한 것으로 발효 과정에서 항생물질이 생겨난다.

1위 업체인 코카콜라도 가만 있지 않았다. 코카콜라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임스 퀸시는 지난 4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지난 15년간 물, 에너지음료, 과일주스 등 비탄산음료 부문의 비중은 한자리 수에서 25%로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하며 “이 부문이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며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1월 나이지리아의 최대 주스 제조업체인 CHI의 지분을 40% 사들였고, 4월에는 곡물 음료에 특화돼 있는 중국 음료회사 추량왕을 4억5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 6월에는 남미법인인 코카콜라펨사가 유니레버의 대두 음료 브랜드인 아데스를 5억75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아데스는 우유와 과일음료, 콩 기반 음료 등을 판매해 남미 건강 음료 시장에서 높은 입지를 지닌 업체다.

이제 문제는 속도다. 탄산음료업체들은 지난 2014년 소비자들을 생수나 저칼로리 음료 등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 설탕 비중이 높은 음료 비중을 줄여 미국인의 설탕 소비량을 20퍼센트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1인당 음료로부터 섭취하는 칼로리는 전년에 비해 고작 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추세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건강보다 제품의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의 문제로 인해 저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펩시코의 대변인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했고, 업체들은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변화시킬 마케팅 수단을 모색 중이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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