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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진주만 방문 노림수는] 트럼프 ‘매파’ 안보라인에 ‘화해 외교’ 힘쏟는 아베
미일동맹·과거청산·지지율 강화

아베 방문 세토끼 잡는 효과

오바마엔 레거시 선물

트럼프 돌발 행보·日극우세력

아베 방문 효과 극대화 변수로

“이제 ‘전후’ 담론은 끝났다. 다음 수상부터 ‘진주만’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두는 것이 좋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위터로 중국과 쿠바 등을 공격하는 도발성 ‘트위터 외교’를 펼칠 때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화해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대내ㆍ외적으로 미일동맹과 내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6일 아베 총리가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진주만 합동방문 계획을 발표하고 측근들에게 위와 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아베와 오바마의 진주만 합동방문은 사실상 ‘전후 과거 문제의 종언’을 알리는 행사라는 것이다.

▶아베의 진주만 방문, ‘미일동맹ㆍ과거 청산ㆍ지지율 강화’ 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리다=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트럼프에게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이른바 ‘레거시’(업적)를 남겨주는 한편, 아베의 대내외적 지지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에 아베의 진주만 방문이 “트럼프 정권과 공화당을 겨냥한 움직임”이라며 “매파 성향이 강한 트럼프 각료들에게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아베의 진주만 합동방문이 지난달 트럼프를 만난 아베의 행보를 불편해 한 백악관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됐다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지렛대로 국제질서 재편을 주도한 오바마 레거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 데일리비스트는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에 대한 반성과 과거사 청산에 힘쓰고 있다는 이미지를 퍼트려 향후 일본의 자위력을 강화할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안보 동맹이나 내각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화해 외교를 펼쳐왔다. 위안부 합의로 한ㆍ미ㆍ일 안보 공조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변수를 제거했고, 한일 군사정보공유협정(GSOMIA)까지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이끌어내 미ㆍ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안보법안 성립으로 흔들렸던 지지율도 공고히 했다. 아베 내각이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기억유산을 불편해 하고 난징대학살의 피해규모 등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아베의 화해 외교는 지극히 계산적이다.

아베의 진주만 합동 방문 소식에 일본 정계에서는 “1월 의회 해산설”이 부상했다. 한 자민당 간부는 닛케이에 “진주만 방문으로 지지율이 오른다면 의회는 1월 해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내각의 고위 관계자도 닛케이에 “해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도쿄(東京) 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정비하는 ‘카지노 해금법안’을 통과시켜 야당과 진보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더 데일리비스트는 “아베가 진주만 방문계획을 발표하자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주요 언론에서 관련 기사가 싹 사라졌다”라며 “(아베가) 시기적절한 국면전환에 성공했다”라고 평가했다.

▶아베의 화해외교, 지지기반ㆍ부동층 모두 잃어버릴 위험도 있어= 하지만 아베의 화해 외교가 의도한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일단 트럼프가 기본 프로토콜이나 관례, 가치동맹 등 기존 외교의 전통을 깨는 행보를 밟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일동맹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차기 행정부 안보라인에 매파 성향의 퇴역장군들을 임명한 것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와 함께 일본이 주일 미군 방위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베의 지지기반층인 극우세력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산케이 신문은 아베의진주만 방문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杏林)대학교 명예교수는 산케이에 아베가 진주만을 방문함으로써 “사과를 해선 안된다”라며 “자국 역사관을 관철하면서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태평양 전쟁을 개전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역사수정주의 인식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우시오 마사토(潮匡人) 군사 칼럼니스트는 “침략전쟁을 인정하는 것이 되면 중대 전쟁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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