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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개혁보다 경제 우선을 확인시킨 伊 개헌투표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된 것을 두고 포풀리즘의 확산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과 영국을 덮친 포퓰리즘이 이탈리아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오성운동이나 북부리그 등 이탈리아 야당은 대부분 반세계화,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고 결과적으로 중도파인 마테오 렌치 총리의 사임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같은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나 네덜란드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을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스도 즉각 환영의 반응을 보여 마치 유럽 포풀리즘 극우정당의 연대가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이탈리아 개헌투표는 철저히 정권심판의 결과로 보는 게 옳다. 렌치 정권의 경제운용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렌치 정권이 추진한 국민투표는 상원의원 수와 권한 축소, 중앙 정부 권한 강화를 통한 관료주의 청산 등을 목표로 하는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었다. 국정운용의 효율성을 위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60%에 가까운 반대로 부결됐다는 것은 국민이 현 개헌 추진세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는 얘기다.

이탈리아는 정부 부채가 GDP의 130%를 넘어 유로존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은행 부실자산 규모도 엄청나서 3200억 유로(4백조 원)에 달한다. 40억 유로(5조원)가 넘는 구제금융을 은행에 쏟아부었지만 회생은 한참 멀었다. 유로존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이 4%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작년 성장률이 0.8%에 불과하다. 경제가 이런 상황이니 실업률은 11% 중반을 넘나들고 청년실업률은 40%에 육박한 상태다. 젊은이들은 한달에 1000유로(125만원) 받는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다. 렌치 정권의 국정운용 특히 경제정책은 거의 실패에 가깝다. 포풀리즘의 승리라기보다는 정권심판으로 보야하는 이유다.

국제금융시장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에도 장중 19,274.85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으며 마감가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에 따른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뿐 아니라 오히려 향후 들어설 새정권이 누가됐든 지금보다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국민들에겐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이다. 개혁보다 경제가 먼저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 이탈리아 국민투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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