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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전경련 발전적 해체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한다
전경련이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우회지원 논란에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까지 불거지면 전경련은 존립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손경식ㆍ구본무ㆍ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내 대기업 순위 맨 앞줄의 기업 오너들이 전경련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의원들의 강압적인 추궁 분위기가 없지 않았지만 모든 국민에게 공개된 청문회의 발언인 이상 지키지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기업들의 전경련의 탈퇴 행진은 이번 뿐이 아니다. 올들어 한전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 9곳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고 수출입은행 등도 탈퇴를 추진중이다.

전경련의 위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전경련은 시대정신에 걸맞게 변화하지 못했다. 재계는 3~4세로의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이지만 회장단은 2~3세 오너들로만 짜여져 있다.아직 젊고 경영권조차 온전히 확보되지 않은 이들이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는 점도 이유지만 세대 교체와 외연 확장에 소극적인 풍도가 더 큰 원인이다. 벤처기업들에 문호를 개방하고 SMㆍYG엔터테인먼트 등을 새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불과 2년 전일 정도다.

게다가 전경련은 ‘법인세 인상 반대’, ‘사내유보금 과세 반대’ 등 각종 이유에대한 맹목적인 대기업 옹호 논리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재계 맏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리더십을 상실한 채 기업별 기부 순서와 금액 할당 비율을 정해 돈을 걷는 자금 갹출 창구로 전락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자금 조성 과정에선 기업 의중을 묻는 절차나 기업 의사결정 과정조차 생략됐다. 재계 대표단체 역할은 사실상 대한상의로 넘어갔다. 끊임없는 위기속에서 이제 해체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전경련은 1세대 창업주인 이병철 삼성 회장과 故 정주영 현대 회장, 구자경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은 전경련 회장을 맡아 기간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 올림픽을 비롯해 국가 위상을 한껏 올린 이벤트도 전경련의 역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정경유착의 비난을 받는 그 엄혹한 청문회장에서 허창수ㆍ정몽구ㆍ구본무ㆍ신동빈ㆍ김승연ㆍ조양호 회장 등 6명의 총수가 전경련 해체 반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그런 존재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의 지킴이’를 자임하며 대기업 위주 오너들이 모여 결성한 민간 임의단체다.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전경련은 환골탈태 이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발전적 해체를 통해 재계의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그럼 탈퇴한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길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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