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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D-1]“모르쇠”→“착각했다 죄송”…‘王실장’ 김기춘 번복케한 ‘직접 민주주의’
-네티즌 수사대, 김기춘 前 실장 ‘위증’ 증거 메신저로 직접 제보

-유출 전화번호 통해 국회의원과 직접 소통

-전문가, “직접 민주주의 실현…위법성 등 양면성 성찰해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최순실(60ㆍ여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태도 변화와 사과를 이끌어낸 결정적 증거가 인터넷상에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로 시민이 영상 제보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며 국회의원 전화번호 공개가 뜻하지 않은 ‘직접민주주의’의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한 이용자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최순실 씨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영상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하는 내용의 스마트폰 메신저 화면. [사진출처=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의 한 이용자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과거 최순실 씨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영상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하는 내용의 스마트폰 메신저 화면. [사진출처=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약 6시간에 걸쳐 “최순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던 김 전 실장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과거 영상을 보고는 태도를 돌변했다.

이날 공개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청문회 녹화 자료에는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거대책부위원장이자 법률자문위원으로 청문회 전략을 세우는 핵심멤버였던 김 전 실장이 자료를 살펴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 전 실장의 모습이 나오기 직전 한나라당 안팎에서 선임된 청문위원들은 박 예비후보와 최태민 씨의 약혼설에 대한 검증을 하며 최 씨의 딸인 최순실 씨와 그의 재산취득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는 발언을 한 상황이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후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이란 이름을) 내가 못들었다고 말한 순 없다. 나이가 들어서, 죄송하다”며 말을 바꾸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의 영상을 찾아 청문위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 사람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주식갤러리 이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를 생중계로 지켜보던 도중 거듭된 김 실장의 위증 의혹에 반박논리를 찾아 청문위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 덕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주식갤러리는 빼어난 정보수집력으로 ‘주식 빼고 다 잘하는 주갤러’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박 의원도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 증인의 실토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손혜원, 안민석 의원에게도 제보가 왔고 네티즌 수사대와 함께한 일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청문회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극적으로 판세를 바꿀 수 있었던데는 국회의원들의 전화번호가 인터넷상에 공개된 것도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한정된 시간내에 진행되는 청문회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직접 국회의원과 시민들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해 증인의 위증 정황을 지적, 사과를 받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연기된 것에 분노한 한 네티즌의 국회의원 전화번호 공개는 청문회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탄핵에 주저하거나 부정적인 국회의원들은 매일같이 쇄도하는 항의성 문자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 등 압박을 느끼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 침묵했던 정치 무관심층이 전화와 SNS, 메신저 등을 통해 지역구 의원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정농단 사태와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과 같은 특수하고 엄중한 시국에 국민들의 목소리가 입법기관에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이 직접 의사 결정 과정에 투영되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높은 상황이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며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 이외에도 국회의원 전화번호 유출이 위법성을 띄고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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