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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순실 청문회’ 맹탕으로 끝날 판, 품격 높일 방안 절실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한 자락이 일단 마무리 됐다. 첫 날인 6일에는 대기업 총수 9명의 증언을 들은 데 이어 다음 날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고영태 장시호씨 등 최순실씨 측근 인사들이 증언대에 앉았다. 내 주 추가 청문회와 한 차례 현장 조사를 한다고 하나 나올 수 있는 주요 증언은 대부분 청취한 셈이다.

하지만 청문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우리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전대미문의 대 사건이다.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이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중도하차 상황까지 몰렸을 정도다. 이런 중차대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청문회가 자칫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허술한 증인 관리 탓이 크다. ‘최순실 청문회’에 정작 장본인인 최씨가 출석하지 않았다는 것부터가 청문회의 수준과 위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우병우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최씨의 딸 정유라와 언니 순득씨, 우 전 수석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반쪽짜리 청문회에서 알맹이 있는 답변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망신주와 독설, 겉도는 질문으로 일관하는 청문 위원들의 낮은 수준도 문제다. 한국식 청문회의 후진성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민낯을 드러냈다. 확보된 증거 하나 없이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짜깁기해 “네 죄를 네가 알렸다”식의 호통만 치는 구태, 인기 영합적 발언, 특정 방향 답변 강요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청문회의 품격과 질을 대폭 높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신중한 증인 채택, 출석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갖추기가 그 전제다. 특히 마구잡이 증인 요청으로 청문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아울러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는 증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국정감사나 조사에 불응해 211건의 고발이 있었지만 절반 이상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 나머지도 대부분 벌금형의 약식 기소였고, 재판으로 이어진 경우는 23건에 불과했다. 이러니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문회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와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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