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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가 기록할 것” 이정현ㆍ추미애…같은 말 다른 뜻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나중에라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


발언만 보면 누가 한 말인지 헷갈릴 법하다. 오는 9일 국회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역사가 이 순간을 심판할 것이라 외친 여야 두 수장이다. 말은 같지만 속뜻은 정반대다. 역사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날 외침을 어떻게 심판내릴까.

[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하듯 탄핵 반대를 촉구했다. 그는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 집무를 정지하는 이 중대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우리가 모두 나중에라도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도록 각별하게 했으면 한다”고 했다. 탄핵에 동참하면 추후 역사에 부끄러울 것이라는 속뜻을 담았다. 탄핵 표결을 앞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탄핵안에 포함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거론하며 “탄핵안 제출을 두고 이 내용을 넣느냐 빼느냐를 놓고 하루 전날까지 논의해야 하고 회의해야 하는 경솔함과 기막힌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탄핵소추 사유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포함시켰으나 비박계가 주축인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는 이를 조정해달라고 요구, 야권에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즉, 막판까지 이를 고심한 건 야권이 아닌 여권 의원의 요구 때문이다. 이 대표가 이날 “경솔하고 기막히다”라고 비판한 대상이 애매한 이유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중차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이런 식으로 명확하지 않은 사실을 탄핵 사유로 넣어서 탄핵하는 게 정말 놀랍다”고 날 선 비난을 이어갔다.

또 “검찰 공소장도 언론 보도 내용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에 의존한 것”이라고 폄하했다. 실제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조사는 이 대표의 주장대로 박 대통령 수사가 배제된 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선회, 검찰의 수사 요청을 연이어 거부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직무 정지를 시키는 일에 진술이나 언론보도만 갖고 탄핵 사유를 삼는 것 자체가 국정이 어찌 될 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추 대표 역시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이 대표와 같이 역사적 심판임을 강조했다.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금 우린 4ㆍ19혁명, 5월 광주항쟁, 6월 항쟁에 버금가는 역사의 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이 대표와 같이 역사적 순간임을 강조했지만, 속뜻은 정반대다. 탄핵에 반대해 역사에 부끄럽지 말자는 이 대표와 달리 추 대표는 탄핵에 찬성해 역사적 소명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평소 잘 인사도 나누지 않던 이웃이 ‘잘 점검해서 내일 꼭 (탄핵을) 해달라’고 당부 말씀까지 해주셨다”며 “탄핵 가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적폐를 청산하여야 한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고 그 첫걸음이 탄핵”이라고 했다. 이어 “탄핵만이 유일한 국정정상화 방안이자 수습방안이고 역사를 다시 쓰는 길로 가는 입구”라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역사적 책무만 생각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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