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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만큼 중요…안전이 ‘흔들’②] 사제 총기ㆍ‘주택가 엽총’…잇단 총기 사고에 시민들 불안
- 유튜브 보고 만들고, 화학약품 시장서 총기 재료 손쉽게 구매

- 엽총은 면허만 따면 구입ㆍ사용 가능해져

- 총기 반출 시 심리 상태 등 꼼꼼히 체크하는 등 규제 엄격히 마련해야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민간에서 최근 총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더이상 대한민국도 ‘총기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느슨한 사용 규제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지난 10월 19일 사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피의자 성병대(46)는 이날 오후 평소 악감정을 갖고 있던 중개업자 이모(69) 씨에게 사제 목재 총기를 발포했다. 성 씨가 발사한 총알은 빗나갔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성 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故) 김창호 경감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성 씨의 범행 준비과정에 대해 “유튜브 동영상으로 총기 제작방법을 익혔고 범행 2개월 전부터 화학재료를 구입해 사제총기와 폭발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사진=당국의 허술한 관리와 느슨한 사용 규제로 대한민국도 더이상 ‘총기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제총기와 엽총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사용 가능한 총기들에 대한 사용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유튜브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사제총기를 만드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총포·화약류의 제조 방법이나 설계도 등을 인터넷 상에 올리면 최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지만, 유튜브 등 해외에 서버가 있는 사이트는 사실상 단속이 힘든 실정이다.

오패산터널 총격전이 발생한 지 두 달여만에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가에서 또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등산 동호회 회원이었던 유모(46ㆍ여) 씨가 지난 11일, 같은 동호회 회원인 조모(39ㆍ여) 씨의 허벅지를 엽총으로 쏜 것이었다. 해당 사건으로 사냥용 엽총의 허술한 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상 정신질환이나 전과가 없는 일반인이라면 엽총을 갖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필기시험과 단기간의 수렵 강습을 이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수렵 면허만 따면 그 후엔 총포의 구입과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후엔 엽총을 보관하고 있는 지구대에 ‘보관해제신청서’를 제출하면 총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총기가 어떻게 사용되는 지 등의 사후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에선 보관 업무만 담당하기 때문에 이번 사고처럼 소유자가 합법적으로 총을 받아가면 경찰은 어쩔 수 없다”며 “엽총을 내어줄 때 경찰에서 구체적으로 수렵 목적이나 장소를 묻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피의자 유 씨는 지난 9월 수렵 면허를 딴 뒤 150만 원짜리 중고 엽총과 총탄 10발을 구입해 경찰서에 보관해 왔고, 지난 10월 “충남 공주에 사냥하러 갈 계획”이라며 ‘보관해제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진=유튜브 등의 동영상 사이트에 간단한 검색어만 입력하면 사제총기를 만드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오패산터널 사제총기 사건 피의자 성병대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북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실제 총기 보관 여부 확인도 미흡하다. 강원 고성군에서는 지난 11월 14일, 경찰의 음주운전 적발에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파출소를 찾아가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향해 엽총 산탄 2발을 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마취용으로 등록한 것이었는데, 지난 2013년 12월에 이 총기로 채무자를 협박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피의자는 총기를 분실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버젓이 자신의 집에서 불법 총기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총기 보관 여부를 소자자의 신고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제총기와 엽총을 비롯한 민간인들이 사용 가능한 총기들에 대한 사용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총기를 반출할 때 당사자의 정신 상태, 심리 상태, 채무 관계 등을 꼭 물어봐야 하는데 현실에선 잘 이뤄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에서도 총기 안전을 고려해 총기관리에 대한 엄격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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