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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문회 통해 속속 드러나는 허술한 청와대 시스템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가 거듭되면서 박근혜 정권 청와대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규명한다며 열린 14일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김장수 주중 대사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못해 허탈할 정도다. 김 대사는 세월호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그런 그가 대통령의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 없다.

수 백명 어린 학생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안이라면 초대형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가안보실장은 만사를 제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신속한 구조조치에 취해야 한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위치를 놓쳐 허둥대느라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니 참으로 분통 터질 일이다. 그나마 관저에 있다는 말을 듣고도 대면 보고는 할 생각도 못하고, 안봉근 당시 제2부속비서관에게 보고서를 주며 “빨리 보고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만 전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이렇게 엉성하고 느슨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는 건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청와대 핵심 참모진들이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게 비단 이날 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 전 실장 증언에 따르면 이전에도 박 대통령의 소재를 알지 못해 보고서를 관저와 집무실로 동시에 보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긴 수시로 국정을 의논해야 할 참모들조차 얼굴 하번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으니 웬만한 일에는 아예 대통령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7일 청문회에서 “일주일에 한번도 대통령을 못 본 경우도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은둔자에 가까운 박 대통령의 행태가 결국 청와대 시스템 붕괴의 단초가 되고 이게 최순실 게이트의 빌미가 된 셈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러 이유로 대통령이 관저에서 집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 등에 관한 주요 사안이라면 대통령이 어디에 있든 24시간 핫라인이 가동돼야 하고, 잠옷 바람이라도 뛰쳐나와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제1 의무인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모습을 보여야 할 때 보이지 않으면 그 자체만 해도 ‘국가적 위험’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입버릇 처럼 ‘국가와 국민 사랑’을 말했지만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였는지 지금이라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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