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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송년회‘대세’…대리운전‘울상’
김영란법에 ‘흥청망청’은 옛말

주말, 송년회 대신 촛불집회行

‘대목’노린 택시 등 “손님 없어”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이를 규탄하는 국민들의 촛불 물결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와 김영란법의 시행까지 맞물리며 올해 송년회는 그 어느해보다 차분하다.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시국까지 어수선하다보니 ‘흥청망청, 부어라 마셔라’는 피하자는 분위기다.

모 대기업 팀장 이모(54) 씨는 “올해는 회사 실적도 좋지 못한데다 촛불시국까지 겹쳐 최대한 차분하고 검소한 송년회를 하자고 팀원들에게 제안했다”며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평소 이맘때면 대목을 맞았던 택시ㆍ대리운전 기사들도 이 같은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택시기사 박모(58) 씨는 “최근 몇년간 연말 분위기 안난다고 하는데, 올해는 연말 분위기는 커녕 고요하기까지 하다”며 “보통 12월엔 송년회가 많아 광화문ㆍ강남 등에서 콜택시를 찾는 손님이 많은데 올해는 확 줄어든게 피부에 와닿는다”고 하소연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수치도 이런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20세 이상 성인남녀 3004명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송년회를 계획하는’ 응답자는 53.6%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 결과(59.8%)에 비해 6.2%p 낮은 수준이다. ‘송년회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를 묻는 질문에 ‘간단한 식사를 할 것(75.6%, 복수응답)’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2030세대들은 탄핵 정국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만큼 촛불집회 일정에 맞춰 송년회 모임 약속을 정하는 경우도 많다.

서을 종각 근처에서 가벼운 술자리를 마친 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란 직장인 김모(31) 씨는 “바쁜 평일을 피해 대학 동기들과 주말인 17일에 송년회 약속을 잡았다”며 “탄핵 심판에 대한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데 의견이 모아진 결과”라고 했다.

직장인 박모(29ㆍ여) 씨는 “탄핵안의 국회 가결만으로 국민이 승리한 게 아닌만큼 고교 동창 모임 날짜를 선택할 때 촛불집회가 있는 토요일은 모두 뺐다”며 “평일 저녁에 모이는 만큼 폭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 두 달째를 맞이한 ‘부 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역시 차분한 송년회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공무원 심모(36) 씨는 “예년 같았으면 왁자지껄하게 치러졌던 부서 송년회를 올해는 평일 저녁 회식 정도로 간단히 하기로 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두 달 밖에 안된 상황에서 첫 송년회인데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안된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일반기업 직원 가운데서도 홍보 담당자들 역시 어느해보다 조용한 송년회 기간을 보내고 있다. 중견기업 홍보팀에서 근무 중인 백모(34) 씨는 “김영란법 위반 부담이 덜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점심 시간대로 송년회를 잡는 경우도 많다”며 “올해 저녁 송년회는 일찍 모여 식사와 간단히 술 한잔 하고 헤어지는 것을 모두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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