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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AI ‘심각’ 경보…군 부대 방역투입 적극 고려해야
정부가 16일 0시를 기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끌어올렸다. 2003년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그 만큼 전파 속도가 빠르고 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다. 청정지역이라던 영남에서도 발병 의심 신고가 들어왔으며 확진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살처분한 닭은 1544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여태 이런 적은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닭이 죽어나갈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 관련 산업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는 건 AI가 국가적 재앙이 됐다는 의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두 말 할 것없이 초동 방역 대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AI는 수년째 연례 행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허둥대다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하지만 잘 잘못을 논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다급하다. 이제라도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다.

당장 AI방역대책본부를 국가안전처가 관장하는 범정부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 전환해야 한다. 위기 경보 ‘심각’ 단계에선 이게 가능하도록 명문화돼 있는 만큼 좌고우면할 것도 없다. 여기서 먼저 해야 할 건 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생화학 등 관련 군부대를 집중 투입하는 일이다. 밀집 사육되고 있는 가금류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즉시 살처분하는 게 번지는 걸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불법 체류자까지 동원해도 방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살처분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4시간내에 살처분해야 전염 방지 효과가 있는데 평균 2.4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바람따라, 사람따라 폭발적으로 번져갔다. 훈련이 잘된 군 부대를 투입하면 한결 신속하고 효과적인 처리가 가능하다.

우리와 같은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던 일본은 확진 12시간 만에 자위대 3000명을 살처분에 투입해 추가 전염을 막았다고 한다.

국민적 협조 역시 절실하다. AI병원균은 섭씨 75도에서 5분간 살균하면 모두 죽기 때문에 닭이나 오리를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체감염을 우려해 공연히 관련 식품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소비 위축은 양계 농가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민관군이 한 마음이 돼야 재난을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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