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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 중 추락사고, 치료 중 자살···법원 “업무상 재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업무 중 추락사고로 치료를 받던 중 우울증이 생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이를 업무상재해로 봐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순욱)는 숨진 A씨의 아내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대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아파트에서 모과나무 열매를 채취하다가 추락 사고를 당했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따다가 2m 30cm 높이에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A씨는 허리뼈가 부러지고 배변·배뇨 기능에 문제가 생겨 입원치료를 받았다. 6개월 동안 치료를 받던 A씨는 지난해 5월 병원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아내 B씨는 “A씨의 죽음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그해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B씨는 이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B씨는 “A씨가 사고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없는데 대한 절망감과 좌절감, 좌절감,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으로 우울증이 생겨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정신과 상담이나 진료를 받은 적이 없고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며 “정상적 인식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로 극심한 통증과 대소변 장애 등에 시달리다 우울증이 생겼고, 그로 인한 정신적 인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했다”며 “A씨의 사망과 상병 사이에는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의사로부터 통증과 대소변 장애에 관해 치료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참기 어려운 통증과 대소변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에 심한 절망감과 무기력감,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A씨가 사망무렵까지 지인들에게 ‘통증이 심해 너무 고통스럽다. 죽고싶다’라고 말하는 등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인 점도 재판부의 고려대상이 됐다.

재판부는 “A씨가 자살 당시 유서를 남겼지만, 사망 2주 전 쯤 유서를 작성한데다가 아내에게도 보여줬다는 점에서 진지한 의사로 자살을 결의한 후 작성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유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A씨의 자살이 (우울증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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