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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미인도, 천경자 그림 맞다” 위작 논란 종지부
-1980년 계엄사령부 거쳐 국립미술관 손으로 들어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위작 논란을 빚은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에 대해 검찰이 “천 화백 작품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미인도’에서 천 화백 특유의 채색기법과 제작방법이 그대로 구현된 것을 확인했다”며 “1976년작 ‘차녀 스케치’를 토대로 그린 ‘진품’으로 판단된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 씨는 “천 화백은 생전에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은 천경자를 저작자로 표시하고 진품이라고 허위 주장했다”며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올해 5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ㆍ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카이스트(KAIST) , 프랑스 유명 감정팀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등과 함께 약 5개월에 걸쳐 감정을 진행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개인이 소장한 천 화백의 다른 작품 13점도 확보해 ‘미인도’와 비교하는 작업을 벌였다. 감정에는 X선부터 적외선, 투과광사진, 3D촬영, 컴퓨터영상분석 등의 기법이 동원됐다.

그 결과 백반과 아교, 호분으로 바탕칠을 하고 수차례 두터운 덧칠을 거쳐 ‘석채’ 안료로 채색을 완성하는 천 화백의 제작방법이 ‘미인도’에서도 확인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특히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미인도’와 다른 작품들에서 공통으로 식별됐다.

검찰은 수없이 덧칠과 수정을 하며 작품을 완성해가는 천 화백 특유의 채색기법 때문에 부분적으로 그림 밑층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데 ‘미인도’에서도 밑층에서 숨겨진 그림 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화관 풀잎 밑층에서 다른 형태의 풀잎선이, 입술 밑층에서 다른 형태의 입술모양, 머리카락의 밑층에서 숨겨진 꽃그림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사로 ‘미인도’가 과거 중앙정보부와 계엄사령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흘러들어간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천 화백이 1977년께 중앙정보부 대구분실장으로 근무하던 오모 씨에게 그림 2점을 건네면서 ‘미인도’는 외부인의 손을 탔다. 오 씨의 아내는 그해 여대 동문인 김모 씨의 아내에게 ‘미인도’를 선물했고, 김 씨 부부는 성북구 자택 응접실에 ‘미인도’를 걸어놨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가 1980년 계엄사령부 산하 기부재산처리위원회에 헌납하면서 ‘미인도’는 결국 국가의 손에 들어갔다. 이후 재무부와 문화공보부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최종 이관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당시 계엄사령부 공문에 나온 김 씨의 ‘증여재산목록’에서도 ‘천경자 미인도’이 기재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1991년부터 25년간 지속돼 온 대표적인 미술품 위작 논란 사건인 점을 감안해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감정방법을 통해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했다”며 “향후 검찰은 미술품 제작 및 유통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기관과 협의해 실효적인 단속방안 및 대책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1월 언론 기고문 등에 “이 사건은 이미 국과수와 KIST의 과학감정결과 ‘진품’으로 확정되고, 법원에서도 ‘판단불가’ 판정을 내렸다”라고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한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실장 정모 씨는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5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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