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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재판] 태블릿 PC 감정하자는 崔 , 재판 ‘쟁점 흔들기‘?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최순실(60·구속기소ㆍ사진) 씨가 19일 첫 재판에서 태블릿 PC 등 국정농단 핵심 증거에 대해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핵심 증거의 신빙성을 떨어뜨려 재판의 쟁점을 바꾸고자 하는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최 씨의 법률대리인 이경재(67)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태블릿 PC와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일지가 쓰인 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폰 녹음파일을 감정하자”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최 씨에게 태블릿PC 실물을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PC의 소유주와 내용에 대한 외부기관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안 전 수석의 수첩도 감정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를 믿을 수 없으니 독립된 기관에 의뢰해 재감정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핵심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는 건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와 피고인이 진정한 것으로 동의한 서류나 물건을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증거 감정에 치우쳐 최 씨의 범죄 혐의에 대한 쟁점이 흐려질까 우려하고 있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A변호사는 “태블릿 PC가 최씨 소유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해 핵심 증거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 내용이 아니라 유출 경로를 문제삼은 것처럼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의도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본인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아닌데 감정신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재판부가 최 씨의 유죄나 양형상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해야 감정신청을 받아들일 거라 본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증거를 일일이 감정하며 재판이 늦어지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최 씨 재판의 1심 선고가 늦어지면, 헌재가 심리중인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즉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재에 답변서를 제출하며 “최 씨의 혐의가 탄핵사유와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최 씨 재판의 1심 심리를 지켜본 뒤 탄핵심판을 심리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감정을 의뢰받은 기관이 얼마나 빨리 감정해주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감정이 받아들여지면) 길게는 몇 개월도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판사는 “감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몇 주 내에도 감정이 이뤄질 수 있지만, 최 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재판이 신속하게 마무리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 씨가 재판을 지연시켜 박 대통령이 입는 반사이익까지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최 씨가 자신의 혐의와 핵심증거를 모두 인정하면 탄핵에 속도가 붙을 것이 자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최 씨 측 감정 요청에 대해 검찰은 재판에서 “재판을 모호하게 만들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태블릿 PC는 최 씨 혐의와는 관련이 없는 증거물로, 최 씨 측이 감정요청을 할 이유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최 씨 측으로부터 감정 요청에 대한 자세한 의견서를 받아 감정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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