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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한 정세에 불확실성 더하는 트럼프식 ‘미치광이 이론’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주터키 러시아 대사 피격, 베를린 테러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부터 국제 정세 불확실성을 잔뜩 안고 가게 됐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트럼프의 대응 방식이 국제 사회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사건의 성격이 규명되지 않아 백악관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생각대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터키 러시아 대사 피격 당시 터키 당국조차도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때에 트럼프는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베를린 테러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보이는 끔찍한 사건”이라고 표현했지만 트럼프는 “끔찍한 테러 공격”이라고 명시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극단주의 관련 프로그램 책임자 로렌조 비디노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이는 (오바마 행정부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라크 주재 미 대사로 재임했던 제임스 제프리는 트럼프가 즉각적으로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테러와 이슬람을 연관짓는 것을 피하는 오바마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대응 방식은 아직 외교 정책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이 현재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 행보 또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선 이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 수중 드론 갈등 등이 불거지면서 트럼프의 대응 방식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과거 냉전 시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식의 ‘미치광이 이론’(the Madman Theory)을 외교전략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치광이 이론’이란 상대에게 미치광이처럼 비침으로써 공포를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전략을 말한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예측불허와 전통적 국제규범에 대한 무시라는 자신의 평판을 외교정책에서 활용함으로써 적국을 불안하게 하고 위협해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중국의 수중 드론 나포에 대해 트럼프가 “‘훔친’ 드론을 반환할 필요 없다”고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자 중국이 드론을 나포한 지 닷새 만에 반환했는데 이 또한 미치광이 이론이 적용된 예라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 총통과의 통화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뒤흔든 것이나 친러시아 성향의 국무장관을 발탁해 러시아와의 데탕트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미치광이 이론’으로 설명된다.

WP는 다만 “트럼프가 이끌 세계는 이슬람국가(IS)의 비대칭 전쟁이 최고의 우려 상황으로 떠오른 다극 체제”라면서 미국과 소련 등 2개의 슈퍼파워가 있던 2극 체제에서 이를 활용한 닉슨과는 트럼프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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