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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경력 운전자도 T코스-경사로서 ‘땀뻘뻘’…끝내 불합격
강화되는 면허시험 도전해보니
T자·경사로에 주행거리300m이상
엄격한 시간 제한에 좁은 코스길
능숙한 운전자들도 합격 힘들어


“이래봬도 1종 보통 소지자입니다. 승용차 말고 트럭 줘보세요.”

2009년 운전면허를 딴 지 7년만에 다시 타보는 수동차였다. 평소 오토 차량만 운전하다 간만에 클러치를 보니 조금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자 이제 그럼 시작해볼까요?”하는 감독관의 말에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긴장감으로 인해 한참을 멍하니 있다 시동을 걸었다. 출발해서 경사로를 넘고 T자 코스를 지나 어렵게 완주했건만 결국 “23번 차 불합격입니다”라는 장내 방송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당당하게 “트럭을 달라”고 했던 자신감(?)은 어디가고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오는 22일 운전면허시험 제도가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 장내 기능시험 난이도가 높아졌다. ‘어려워봤자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자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에 위치한 강서면허시험장에서 직접 새로 도입될 장내 기능시험에 모의 응시해봤다. 기자는 지난 2009년 1종 보통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7년 동안 서울 시내와 전국 도로를 어려움없이 운전하고 있다.

“기기 조작 감점입니다.” 우선 시동을 걸고, 안전띠를 착용하면 본격적인 시험이 시작된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안전띠 미착용’으로, 시동 역시 3회 이상 걸지 못하면 바로 실격처리 된다.

함께 차에 탄 감독관은 “긴장한 상태여서 안전띠를 생각치 못하거나, 시동을 제대로 못 걸어서 출발도 못해보고 탈락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첫번째 관문은 ‘기기 조작’이다. “좌회전 방향 지시등을 작동시키세요” 왼쪽 레버를 힘차게 내렸다. 기다리고 있는데 감점처리 됐다. 기자는 좌회전 방향등을 켠 채 3초의 시간 제한을 넘겨 기기 조작 감점 처리된 것이었다. 제한된 시간이 짧고, 그 시간 안에 기기조작을 실행하고 종료까지 해야하는 게 간단치 않았다.

이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출발. 그런데 출발하자 마자 시동이 꺼졌다. 기어를 2단에 두고 주행을 시작하는데 감독관이 다급하게 “어, 어 20㎞ 넘으면 안돼요”를 외쳤다. 장내 기능시험에선 시속 20㎞를 넘으면 안된다. 놀란 마음에 브레이크와 기어를 동시에 세게 밟은 기자는 결국 시동을 꺼뜨렸다. 다시 시동을 걸고 언덕을 올라갔다. 오르막 경사엔 정지선이 있다. 정지선에 맞춰 정지하는 과정에서 또 시동이 꺼졌다. 함께 탑승한 감독관은 “한번만 더 시동 꺼지면 실격입니다”라며 주의를 줬다. 경사로 한복판에서 다시 시동을 걸던 기자는 결국 언덕을 넘지 못하고 다시 시동을 꺼뜨리고 말았다. 시험용 차량은 몇 번의 공회전 끝에 겨우 언덕을 넘었지만, 기자는 이미 실격처리가 된 후였다. 함께 탄 감독관은 “원래 1종 면허를 딴 지 오래된 분들은 수동을 잘 안타셨으면 한 번에 붙기 어렵다”며 애써 위로를 건넸다.

경사로를 지나면 직각주차(T자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전진과 후진을 여러번 반복하고 나서야 주차에 성공했다. 그 사이 수차례 검지선을 넘을 뻔했다. T자 코스를 빠져나왔지만 ‘코스 지정시간 초과’로 실점한 뒤였다. 이후 교차로와 가속 코스 등에선 통과 처리가 됐지만 이미 세 번의 시동꺼짐으로 인해 해당 기자는 이미 실격처리된 채 시험을 마쳐야 했다. 엄격히 제한된 과목별 수행 시간과 비교적 여유가 없는 장내 도로 및 코스로 평소 운전이 능숙한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건 분명해 보였다.

새롭게 추가된 과목 중 직각주차(T자 코스)와 경사로는 많은 응시생들이 어려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께 탑승한 감독관은 “기존에 ‘물면허’ 때문에 도로 위의 폭탄이 많아진다고 말이 많았는데 다양한 운전조작법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보게됐다”며 “실제 교통상황의 반영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시험 난도는 올라가지만 그만큼 도로교통 안전도 올라갈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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