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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현용 경희대 국제교육원장]‘혼밥’‘하야’…우울한 유행어 넘친 2016년
올해는 어떤 말이 유행하였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자료를 찾으면서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참담하다’는 말도 올해의 유행어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하반기에는 참담한 일도 많았고, 참담하다는 말도 방송에서 늘 등장했다.

올해 방송을 통해 유행하게 된 표현으로는 ‘뭣이 중헌디?’라는 사투리가 있다.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말이 되었다. 농담 속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무한도전’에서 등장하였던 ‘히트다 히트’도 한동안 즐거운 유행어가 되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나온 ‘~하지 말입니다’ 식의 군대표현도 한동안 유행했다. 사람들을 웃게 하는 유행어가 더 많이 나오기 바란다.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개인화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활이 늘면서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TV 프로그램도 혼자의 생활을 엿보는 내용이 많이 나오게 되었다. 이런 시대상황을 반영한 드라마도 나오고, 이런 상황을 담은 유행어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혼밥’이나 ‘혼술’은 특이한 단어 구성이지만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주 쓰인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 본다.

몇 년 전에 한국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문제가 됐던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남침(南侵), 북침(北侵)’이다. 학생들에게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물었을 때 적지 않은 학생들이 북침이라고 말해서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나 역시 깊은 충격을 받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역사교육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국어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이 문제는 국어교육의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본다. 어휘의 정확한 뜻을 몰라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북침’의 뜻을 물어보았을 때, “북쪽에서 침입한 것”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한국전쟁은 북에서 침입했다고 생각하고 북침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이건 역사 인식이나 역사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국어 교육의 문제인 것이다.

올해는 뜻하지 않게 학생들에게 국어와 역사, 시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의 유행어를 살펴보면서 학생들이 이런 어휘까지 알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년의 유행어는 주로 연예인들이 만들어낸 말이거나 신조어로 만들어진 말이 차지했었다. ‘고뤠?’나 ‘헬조선’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올해의 유행어는 ‘하야’, ‘탄핵’ 같은 말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야(下野)’는 우리 사회에서 사어(死語)처럼 되어가던 말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이후에는 자주 등장하는 말도 아니었다. 사어를 되살린 시대 상황이 답답하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엉겁결에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었다. ‘탄핵(彈劾)’ 역시 학생들이 들어볼 만한 말은 아니었는데 올해엔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됐다.

유행어는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에 좋은 말들만 유행어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참담한 말이나 슬픈 말보다는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웃게 만드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으면 한다. 2017년에는 좀 더 밝은 유행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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