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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연과의 전쟁②] “괜히 눌렀다 싸움날라”…무용지물 ‘금연벨’
-서울 자치구 간접흡연 피해ㆍ불쾌감 저감 위해 설치

-시민들 누르기 주저…“흡연자에 봉변당할까 두려워”

-서초구 스마트폰 앱 활용 금연벨 선보여…과정 복잡

-서울시 “아이디어는 좋은데 실효성 의문…검토 필요”



[헤럴드경제=강문규ㆍ이원율 기자]“금연벨을 눌렀다가는 흡연하는 사람과 시비가 붙을 것 같다. (요즘 같은 무서운 세상에) 괜한 시비로 욕을 먹거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는데 누가 누르겠나.”

지난 21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사당역 14번 출구 인근 공중화장실 주변에는 흡연자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금연구역 안내문과 함께 금연벨이 있었지만 1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발견해도 누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울 지하철 사당역 14번 출구 인근 공중화장실 앞에 설치된 금연벨.

서초구는 지난 3월 간접흡연과 불쾌감 등 흡연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흡연 단속 저항도 감소시키고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금연벨을 설치했다. 흡연자에게 직접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말하기 힘든 비흡자들이 금연벨을 누르면 5초 후 “이곳은 금연구역입니다 지금 즉시 담배를 꺼주시기 바랍니다.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2회 이상 나온다.

금연벨은 2011년 구로기계공구상가에서 화장실 시범 설치해 효과를 인정받아 31곳으로 확대됐다. 이후 구로구가 실내외에 11대를 도입하는 등 서울 자치구 4곳에서 금연벨 52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흡연자를 발견해도 금연벨을 누르기는 쉽지 않다. 괜한 시비에 말려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상미(30ㆍ여) 씨는 “담배연기로 불쾌감이 커도 무서워서 (금연벨을) 누를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금연을 유도하는 정책도 좋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배준환(42ㆍ남) 씨는 “금연벨 도입 아이디어는 좋은데 실효성이 문제다. 괜히 예산만 낭비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도로 주변 차들로 인한 소음으로 인해 안내방송 잘 들리지 않는 점도 문제다. 금연벨이 설치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발견하고 금연벨을 눌러봤지만만 반응은 전혀 없었다. 흡연자 정모(43ㆍ남) 씨는 “동료들이랑 함께 있어서 그런지 금연 관련 음성은 듣지 못했다”고 말할 뿐 담배는 끄지 않았다.

잦은 고장도 문제였다. 이 때문에 금연벨을 최초 도입한 구로구는 신도림역 광장 등에 3대를 제거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된 금연벨의 경우 고의적인 파손이나 고장이 많다”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방송이 나오는 금연 안내기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9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금연벨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야만 금연 안내방송이 나온다.

강남역 9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금연벨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벨을 누를 수 있어 흡연자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고 계도하도록 했다. 현실적으로 안내방송을 듣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아 블루투스가 되는 지점까지 가서 눌러야 하는 구조다. 금연벨 이용 안내판도 보이지 않았다. 

서초구 보건소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했지만 공사도 잦고 푸드트럭도 들어서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흡연자들이 안내방송을 들으면 각성하는 효과가 크다”면서 “흡연 관련 민원이 많이 생기는 어린이집 주변 등지로 금연벨을 확대 설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금연벨 설치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연벨이 나름대로 아이디어는 좋은데 실효성은 좀 문제가 있다”면서 “흡연자가 많은 곳에서는 금연멘트에 대한 반응이 현저히 떨어지고 주위에 주택가와 상가가 인접해 있을 경우 소음민원도 발생해 좀 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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