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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지진 100여일 지났지만…] ‘재난행동 매뉴얼’없는 공공기관 수두룩
“아예 없거나 방치” 상당수 적발
비상연락번호 수년前 것 버젓이




지난 9월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공공기관들은 아직 재난 행동 매뉴얼조차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유한 기관들마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연락망을 그대로 방치해온 것으로 밝혀져 그동안 재난 대비 훈련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일 작성한 ‘소속기관 및 공공기관 행동매뉴얼 점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소속기관과 공공기관 34곳 중 8개 기관이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행동매뉴얼을 아예 보유하지 않았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본적인 대응 절차를 다룬 재난대응수칙을 보유하지 않은 기관도 6곳에 달했고, 그나마 매뉴얼을 보유한 기관도 예전 연락망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공공기관들은 아직 재난 행동 매뉴얼조차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 9월 경주 지진 직후 제기됐던 지진과 건물 붕괴 상황에 대한 매뉴얼을 보유하지 않은 기관은 7곳에 달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진 대비 매뉴얼은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화재나 붕괴에 대비한 행동매뉴얼을 보유하지 않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재난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도 대부분 예전 내용이 그대로 방치돼 실제 재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기관이 국민안전처로 재난 대응 기관이 바뀌었음에도 소방방재청이 담당한다고 기재한 채 수정하지 않았고, 세종시로 기관이 이전했음에도 예전 연락처를 그대로 비상연락망으로 활용한 기관도 34개 기관 중 20곳에 달했다. 이들 기관이 사용했던 비상연락망에 쓰인 번호에 직접 전화해보니 ‘없는 번호’라고 나오거나 엉뚱한 기관으로 연결됐다.

부실한 재난 대비 매뉴얼 관리 실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기관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매뉴얼 업데이트가가 늦어졌다”며 “현재는 잘못된 내용을 모두 수정했고, 새로운 재난 대비 매뉴얼은 현재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감독을 진행한 문체부 관계자 역시 “즉각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지난 12일 시정을 요구해 대부분 처리된 상태”라며 “아예 매뉴얼을 보유하지 않은 기관은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재난대비 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에 대해 “그동안 재난 대비 훈련을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학과 교수는 “비상연락망에 수년 전 번호가 그대로 쓰여 있는 상황을 볼 때, 그동안 재난대비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훈련 때 비상연락망을 실제로 이용해 봤다면 지금처럼 매뉴얼이 부실하게 관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사기업보다도 느슨한 안전의식을 보였다”며 “다른 기관에 대한 재난 대비 매뉴얼 점검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국민안전처가 6개 국가산업단지 내 21개 사업장에 대해 시행한 합동안전점검에서 대부분 사업장이 재난 대비 매뉴얼을 방치하고 있는 등 330건의 위험 사항이 적발됐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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