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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벌써 일년, 변한 건 없었다
지난해 12월 28일은 유난히 추웠다. 최저기온이 영하 9.5도까지 내려갔고, 하루종일 수은주가 영하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날 기온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은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이었다. 사전 논의나 짧은 설명 한 번 하지 않았던 정부는 이날 일본과 위안부 문제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선언해버렸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서울 마포구 정대협 쉼터와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등에서 지내시던 피해자 할머니들이 울분을 토하던 그 모습을 기자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올해 28일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제1263차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린 서울 종로구 평화비 소녀상 앞에는 최저기온 영하 8도의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거리에 나와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사죄와 법적 배상,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정부는 ‘불가역적’으로 합의됐다지만 여전히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기억은 ‘현재진행형’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외무상이 대독했지만 총리 명의의 사과를 받아낸 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배상금은 아니지만 ‘사실상’ 이같은 성격을 띄고 있는 위로금 10억엔을 받아내 할머니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성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이런 결과는 지난 20여년이 넘는 힘들고 고단한 싸움의 성과로 받아들이기엔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수시로 그들의 상처가 위로금 1억원으로 치유되지 않는다고 밝혀왔지만, 정부는 지난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군사작전하듯 이 돈을 지급하고 있다. “살아계실 때 이거라도 받아야 한다”는 집요한 회유에 당장 몸이 아프고 병원갈 돈조차 없는 할머니들은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11명의 할머니들은 여전히 “더러운 돈 받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또, 엄동설한의 거리에 나와 한ㆍ일 합의 무효와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사죄를 요구하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 아흔이면 운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연한 다짐이 새해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으로 노력해주길 기대해본다. realbig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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