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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우윤근 국회 사무총장]‘함밥’하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혼밥(혼자 먹는 밥)’이 유행이다. 편의점에서 라면 먹기부터 술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혼술)’까지 ‘혼밥 레벨 테스트’도 등장했다 한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풍조라지만 사회의 분절과 공동체 붕괴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썩 편치는 않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작금의 ‘혼밥’ 문화는 우리 사회 전 영역에 걸친 ‘독식(獨食)’ 구조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이긴 사람이 다 갖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관행은 오늘날 사회를 양극화시키고, 계층 간 ‘희망의 사다리’를 제거해버리는 적폐를 낳았다. 이러한 승자독식 사회에서 배제된 소위 ‘루저(Loser)’들이 즐기는 ‘혼밥’은 아마도 선택된 악(惡)이자 강요된 선(善)일지 모른다.

승자독식은 구조적으로 권력독점, 자본독점, 기회독점의 3대 독점, 관행적으로는 전관독식, 세습독식, 연고독식의 3대 독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치에서의 ‘권력독점’과 ‘전관독식’으로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의 사생결단식 정쟁이 그치지 않고, 경제에서의 ‘자본독점’과 ‘세습독식’은 부의 양극화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사회에서의 ‘기회독점’과 ‘연고독식’으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지 이미 오래다. 정치는 갈등과 불신으로 점철돼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했고, 시장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학연ㆍ혈연ㆍ지연으로 얽힌 사회 진입장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25,29)”라던 마태오의 복음이 야속하고 또 심지어 잔인하게까지 들리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3대 독점’, ‘3대 독식’이라는 잘못된 구조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고선 사회 갈등으로 인한 국가적 불행을 줄일 수 없고, 대한민국의 행복을 기약할 수도 없다.

지금 우리는 소위 ‘87년 체제’와의 작별을 앞두고 있다. 5년 단임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 한계를 이미 수없이 노정(露呈)했고, 절차적ㆍ형식적 민주주의 실현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에는 실패했다. 저성장·불확실성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와는 경제적 기본질서 또한 상이하다.

이제는 나라의 구조를 시대 상황에 맞게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국민’을 넘어 보편적 ‘인간’으로 기본권 보장을 강화하고,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를 바꿔 소모적인 대결의 정치가 아닌 상생의 정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또한 4당 체제 출범에 맞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도입을 비롯한 선거구제 개편, 그리고 지방자치제도 확립을 위한 지방분권 강화 등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 지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일 것이다.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고 했다. 즉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의미다. 물론 이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에겐 더 큰 숙제가 남았다. 우리 모두가 ‘혼밥’보다 ‘함밥(함께 먹는 밥)’이 더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 승자독식을 넘어 포용과 상생의 사회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정유년(丁酉年) 새해에는 ‘함밥’하는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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